[음식 처방전] 숙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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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전날 마신 술 때문에 다음날 아침 몸을 고달프게 하는 것이 숙취(宿醉)다. 기운이 없고 머리가 아프며 속이 울렁거리고 쓰리며 심하면 토하기도 한다.

알코올이 간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아세트알데히드가 위 점막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음주 후에는 입안이 마르는 등 탈수(脫水)증세가 나타난다. 이는 알코올이 분해될 때 수분이 쓰이는 데다 알코올의 이뇨(利尿)작용으로 소변량이 늘어난 탓이다.

숙취를 줄이려면 음주 전에 반드시 식사를 하고 물을 넉넉히 마셔야 한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느리게 흡수된다.

음주 도중에도 간간이 물을 마시면 술을 덜 마시게 되고 탈수를 막을 수 있다. 폭탄주를 돌리거나 술에 토닉워터.청량음료.이온음료 등을 섞어 마시는 것은 곤란하다.

술을 섞으면 알코올 농도가 체내에서 가장 빨리 흡수되는 20% 안팎(알코올이 체내에서 가장 빨리 흡수되는 농도)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주종을 바꿀 때는 약한 술에서 독한 술의 순서로 마시는 게 좋다.

간세포의 재생을 돕는 고단백질 음식(두부.고기.생선.치즈 등)을 안주로 먹는 것이 건강 음주법이다(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노용균 교수).

잠자리에 들기 전엔 따끈한 우유 한잔을 마시는 것이 효과적이다. 우유엔 칼슘이 많이 들어 있어 잠자리가 편안해진다.

술을 마시면 처음엔 잠이 쏟아지지만 숙면은 어렵다. 다음날 아침에 몸이 무거운 이유 중의 하나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후엔 보리차.생수.저지방 우유.야채주스를 마시는 게 좋다. 지난 밤에 혹사당한 간세포의 회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꿀물이나 사과.딸기.감귤.키위주스 등을 마시면 음주로 인해 떨어진 혈당을 높일 수 있다.

선지국.북어국.콩나물국.우거지국.매운탕.동치미 등 해장국은 자기 전과 기상 직후에 먹자.

콩나물의 뿌리엔 아스파라긴산(알코올 분해과정 촉진)이 많이 들어 있고 북어국엔 음주로 인해 생긴 유해산소를 없애는 메티오닌이 풍부하다. 선지국엔 철분과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다(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이기명 교수).

유자차를 따끈하게 끓여 마시는 것도 유효하다. 유자차는 주독(酒毒)을 풀어주며 음주 후 입냄새를 없애준다.

음주한 다음날 가장 피해야 하는 것은 해장술이다. 흔히 숙취가 있을 때 해장술을 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가뿐해진다고 한다.

이는 새로 들어간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히드의 작용을 잠시 막아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효과는 일시적이다. 결국 처리해야 할 알코올량이 늘어나게 되므로 간에 더 큰 부담을 주게 된다.

이뇨작용이 있는 커피와 홍차 등 카페인 음료도 숙취에는 피해야 할 식품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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