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실패가 참패 불러|정권바꾼 가총선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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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캐나다 총선에서 야당인 보수당이 사상최대의 압승을 거둔것은 「트뤼도」전수상의 15년 장기집권에 대해 싫증을 느낀 국민들이 새로운 출발을 바란 결과라고 풀이되고 있다.
「트튀도」는 그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휘, 이웃 강대국인 미국에 대해 화려한 민족주의의 깃발을 치켜들었고 사회복지제도를 강화하는 한편 퀴베크 분리독립운동을 봉쇄하는 등의 업적으로 캐나다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11·7%에 달하는 실업률과 2백26억 달러의 연간 재정적자로 대표되는 국내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그의 오만한 정치스타일이 그런 선정에 가산되어 대다수 국민들의 싫증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6월 그가 사임하고 후임으로 들어선 「존·터너」는 「새로운 지도노선」을 외쳤지만 새로운 출발을 바라는 여론과는 반대로 「트뤼도」내각을 대부분 그대로 유임시켰을 뿐 아니라 「트튀도」측근을 추가로 기용하는 과오를 범했다.
이것이 선거에서 쟁점이 되자 「존·터너」는 『그럴 수밖에 없지 않았느냐』고 빈약한 변명을 했고 보수당의 「멀로니」후보는 『아마 악마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모양』이라고 빈정대 큰 호용을 받았다.
선거가 공표된 지난 6월9일까지만 해도 여당인 자유당의 인기도는 야당 11 %앞서고 있었다.
그 정도의 우세가 3개월 후에 야당의 압승으로 역전된데는 여야간 이념상의 차이보다 두당수의 인품상의 차이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이다.
「트튀도」내각에서 재무상직을 맡았다가 9년 전에 물러난 「존·터너」는 그동안의 정치공백기로 정치감각이 무너져 선거유세 중 「얼음 인간」이란 별명을 들을정도로 딱딱한 자세를 취했다. TV매체가 선거운동의 90%를 전달하는 요즘의 정치형태로 봐서 그런 자세는 치명적이었다. 거기다가 유세중 전국적으로 TV중계된 행사에서 그는 자기당의 여성지도자 두 사람의 엉덩이를 손으로 쓰다듬는 실수를 범했다. 그는 즉시 사과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새 수상에 당선된 「멀로니」나 대패한 「터너」는 정책상 큰 차이가 없다.
두 사람 모두 ①대미관계를 개선하고 ②사회복지계획을 확대하며 ③「두개의 국어」(영·불)정책을 고수한다고 공약했다.
15개월 전까지 사업가였던 「멀로니」는 80년 퀴베크주 분리독립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쳤을 때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을 한 이외에는 정치 초년생이다.
선거 유세 중에 나타난 그의 정책은 진보주의와 보수주의의 범벅이다. 예컨대 군비를 증강하고 기업활동에대한 정부규제와 외국인의 투자 활동에 대한 제한을 줄인다는 약속은 「레이건」정책을 방불케하는 보수주의적 발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복지정책을 확대하며 부유층에 대한 조세부담을 늘린다는 진보주의 색채의 공약도 하고있다. 적어도 미국과 같은 정당간 이념상의 양극화 현상은 캐나다에는 없는 것 같다.
정당의 명칭이 보수당이지만 「멀로니」의 정책은 자유당의 「터너」보다 진보주의적이 될 것이고 오히려 「트뤼도」에 가까울 것 같다고 한 논평가는 전망했다. <워싱턴=장두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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