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위기일발, 고립된 백의 대장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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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준결승 1국>
○·박정환 9단 ●·탕웨이싱 9단

제14보(165~178)= 165로 우상 쪽 바다에 뜬 백의함대 대장선이 고립됐다. 166은 최소한의, 그러나 여기서는 최선의 방어조치.

 이 정도 대비도 없다면 검은 함대의 집중포화로 순식간에 침몰하고 전쟁도 끝난다. 악전고투 끝에 좌하귀와 하변에 얽힌 대마상전에서 1수 빠른 승리를 예정해둔 보람도 물거품이 될 것이다.

 중앙 167은 기분 좋은 선수. 168 몰고 170으로 이어준 다음 하회를 기다리는데 백의 바람은 때 이른 승리예감에 도취한 흑이 ‘참고도’ 흑1 정도로 점잖게 중앙 주력함대의 대오를 갖추는 것.

 그러면 백2, 4의 밀착방어로 좌상일대 백의 영해를 최대한 지키겠다는 생각이다. 고립위기에 처한 우상일대 대장선의 수습은 a, b 맞보기로 견딘다는 계산이 깔려있을 텐데 이 모든 생각은 오로지 달콤한 백의 희망일 뿐이다.

 탕웨이싱은 ‘참고도’의 그림을 나약하다고 본 것 같다. 171로 백의 대장선을 위협해가는 박력은 때 이른 승리에 취한 장수의 것이 아니다. 굶주린 야수의 사나운 발톱이다.

 이렇게 되면 백은 좌상일대의 영해를 돌볼 여유가 없다. 172, 174로 타개의 실마리를 푸는데 흑은 175, 177의 최강수단으로 압박해온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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