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을 먹고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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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달 26일자 중앙일보 사회면에는 「청둥오리의 죽음」이란 제목의 사진이 한장 실려있다. 과천저수지에서 「농약에 오염된 먹이를 먹고 죽은것으로 보이는」청둥오리의모습이다.
그 청둥오리의 사인은 물론 철저히 규명된바 없지만 그 사진설명이 암시한것처럼 농약의 화이거나 다른 독극물과 밀접히 관계가있다는것을 누구나 예상할수 있다.
그런 일반의 예상에는 우리의 자연과 생활환경이 결코 안전한 상황에 있지않으며 심각한 우려마저 제기될수있는 상황에 있다는 무언의 예상을 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생명과 건강에 위해를 가할수도 있다는 환경문제에 대해서 주의를 환기하거나 혹은 위험을 경고하는데 게으르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를 기피하는것이 현실이다.
그런 경향은 경제발전과 개발을 나라의 최우선 과제로 남았던 한시대 정부시책의 환경논의억제 노력에도 기인하지만 환경보전 논의자체를 마치 생활의 현실에 직결되지않는 우원한 일로 치부하곤했던 사회인식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엄격한 것이어서 논의를 기피한다거나 우원한 일로생각만 한다고해서 위험이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농약의 해를 입어 청둥오리가 죽어넘어지고 논뚝의 메뚜기가 사라져버렸으며 한강의 생활폐수로 물고기가 떼죽음하고있는것이 현실이란것은 분명한 사실로 나타나고있다.
그런 사실에 눈을 돌리지 않고 한강변에서 낚시줄을 늘어뜨린다거나 메뚜기 양식으로 메뚜기를 찾는 사람들의 수요에 응할수 있다고해서 문제가 해소된것은 아니다.
엄연히 농약의 재해는 존재하며 생활환경의 오염은 실제하는 것이다.
최근 자연보호중앙협의회가 주최한 자연보호세미나에 참석한 학자·전문가들은 놀라운 사실들을 증언함으로써 그점을 확인하고있다.
한 공해문제연구가는 우리나라사람의 시체 50구를 조사한결과 그몸속에서 모두 농약성분을 검출할수 있었다고 했다.
기분나쁜 이야기지만 이땅에 살고있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농약묻은 음식을 먹고 농약에 노출된채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농약의 일부는 분명히 우리몸에 축적되고 우리의 몸에 의해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충격적인 사실이지만 국민의 대다수가 그걸 알지도 못하거니와 알더라도 도리없이 지날뿐이라는 점도상기할 필요가 있다.
인체에 축적된 농약성분이 모유를 섭취하는 어린이들에게 전달될수도 있다는 경고도 있다.
그 농약이 강물에 녹아들어 그것을 식수원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수도 있다는 가정도 있다.
냉정히 따져보면 우리 상수도 원인강물들이 정말 안전한 것인가가 의문일수도 있다.
각종 공장폐수를 비롯한 생활오물이 강물에 무질서하게 흘러들고있고 그것을 철저히 규제, 관리할능력이 부족한것이 우리의 현실이기때문에 그런 의문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그때문에 주한외국인들이 우리 상수도를 마시지않고 다만 허드렛물로 사용하고 있다는것이 공공연하게 이야기되어도 이의를 달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리 국민중에서 지하수를 식수로 한다든가, 특별한 정화장치로 식수의 안전을 기하는 경우도 늘고있다고 한다.
그것은 상수도에 대한 안전확신이 없을때 자연히 취하게되는 개인의 자위노력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그런 자위노력이 누구나에게 가능하지 않으리란것도 분명하다.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자위노력을 행정이 규제하는것은 이상하다. 최근 알려진 바로는 주한외국인에게만 공급하도록 되어있는 어떤 광천수를 우리국민에게 말았다고해서 영업정지를 받은경우가 있다고한다.
어떤 법규의 적용인지는 알수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깨끗한 물을마시고 건강을 유지하겠다는 우리국민의 뜻이 그렇게 꺾여도 좋은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그러나 지금 기대되는것은 모든 국민이 일상적으로 마시는 우리의상수도가 외국인들을 포함한 누구나가 의심없이 마실수있는 안전한물이 되도록 정부가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이며 국민도 이에 관심을 갖고 적극 개선노력에 나서야겠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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