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반응 늦어져 신문사에 보냈다〃「투서」사건수사…삼청동파문·정씨양가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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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문 굳게닫혀져>
○…경기도시흥군과천면주암1리1의22 정래혁씨집 (대지1백99평·건평 86평) 은 27일과 28일 상오에도 가족과 운전사들만 가끔 출입할뿐 대문은 굳게 잠긴채였다.
27일 하오6시50분쯤 민정당의 최영철의원이 찾아와 한참동안 정씨를 만나고 돌아갔으며 7시15분쯤엔 3대의승용차에 건장한 체적의 남자5명이 나눠타고 도착, 집주위를 살펴본뒤 한사람만 남겨두고 10분쫌지나 되돌아갔다.
정씨는 매일아침 조깅을 해왔으나 사흘전부터는 조깅하는 정씨의 모습을 불수없었다고 동네사람들은 전했다.

<신문보고 알았다>
○…서울신당동 340의73 문씨의 집엔 부인 손춘자씨(56)와2남 창일씨(31)가 수사결과를 기다리며 여러곳에서 걸려오는 안부전화를 받고있었다.
이 집은 30년전 군인시절구입한것으로 대지2백30평에 건평 1백평짜리 2층 일식건물로 싯가는 7억원정도.
건물은 많이 낡았고 정원엔 상치와 호박을 심어 수수한생활자세를 보여주었다.
부인 손씨는 25일 상오에 문씨가 집을 나간뒤 소식이없었고 신문을 보고서야 투서사건에 관련된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손씨는 문씨가 평소 거짓이 없이 성실하게 생활해온 것을 믿기 때문에 이사건으로 인해 벌을 받아도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문씨집엔 아들 3형제와 가정부·경비원이 함께 살며 승용차2대(레코드로열·스텔라)를 두고 있다.
문씨는 평소 자녀들에게 가훈 (정직·성실·근면) 과 교훈 26개항을 외도록 하는등 엄격하게 대했다고 자녀들이전했다.

<별관알려져 당황>
○…검찰이 이번 수사의 결과와 관계없이 몹시 언짢아하는것이 바로 「안가」가 들통난것.
수사착수 사실조차 숨긴 검찰이 수사장소를 누설(?)시킬리 없지만 그동안 「전가의 보도」 처럼 여기던 삼청동별관이 사진과 함께 보도, 누출되자 크게 당황.
「수사보안상 안전한 집」 이란 뜻에서 검찰이 「안가」라고 즐겨부르던 삼청동별관은 월남대사관으로 쓰이던것을 검찰이 인수, 1억5천만원을 들여 내부개조등을해 이·장사건이후 명성·영동사건등 중요사건때마다 즐겨 사용해왔는데 그동안 기자들에게도 쉬쉬하다가 명성사건 재판과정에서 피고인들이『검찰청사가 아닌 목욕탕같은곳에서 고문받았다』고 진술함으로써 검찰이 정식으로 「안가」 가 있음을 시인했으나 그래도 그위치등은 노출이 안됐었다.
안가의 노출로 가장 피해(?) 를 본것은 대검중앙수사부.
사용도 가장 많이 하지만 그동안 비밀유지관리에 쏟았던 정성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기때문.

<얼굴가리고 나가>
○…28일 상오7시40분쯤 삼청동 검찰별관의 대문이 열리고 수사관과 타이피스트등을 태운 검은색 마크V승용차가 검찰청으로 향하는 순간 문형태씨가 화장실로 가는듯 조사실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으나 동행한 조사관이보도진들이 몰려있는것을보고 황급히 문씨를 사무실안으로 떠밀어 넣기도했다.
문씨는 엷은 하늘색 싱글에 정장차림이었으나 이틀동안 조사를 받은 탓인지 더부룩한 수염에 다소 초췌한모습이었다.
이어 상오8사5분쯤 서울지검 이건개공안부장은 자신의 흰색 로열승용차 편으로 별관문을 나셨는데 보도진들의 카메라세례를 의식했는지 신문지를 접어 얼굴을 가린채 서둘러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틀째 철야수사가 계속된 28일 0시20분쯤 중간보고서 작성을 끝낸 대검공안부는 검찰수뇌부와 관계기관등에 보내는 5통의 대형봉투를 검찰승용차편으로 즉시 발송.
이 중간보고서는 27일 하오8시쯤부터 최상봉대검공안부장과 최환공안사무과장, 박순용공안자료과장등 3명이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채 극비리에 작성한 것.
5개의 대봉투 뒷면에는「대검공안부장 최상엽배」라 씌어있었으며 스카치테이프로 밀봉돼 있었다.

<곤위층 기다린듯>
○…공안부간부들은 28일에도 상오2시까지 청사에 남아있다 귀가했다.
간부들의 늦은 귀가는 고위층이 88고속도로개통식행사에 참석하고 밤늦게 상경했기때문인데 혹시 늦은 시간에라도 이번사건과 관련, 관계자들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걱정때문에 「대기」했던것으로전해졌다.
○…문씨의 투서사건수사보도가 나가면서부터 검찰총장실에 『정씨는 왜 수사를 않느냐』는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가운데 27일 수사와는 상관없는 서울형사지법 원장실에도 몇몇시민들로부터 『문씨같은 용기있는 사람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해줄수 있느냐』 라는 엉뚱한 항의전화가 걸려와관계자들을 당혹케했다.
이들 시민들은 문씨등이 구속된것으로 잘못안 사람들로 법원측이『아직 구속영장이신청되지도 않았다』 고 답변하자 『발부하면 안된다』고 사정하곤 끊더라는것.

<문씨의태도 공손>
○…문형태씨는 지금까지 담당검사의 질문에 순순히 답하고 있으며 특히 문제의진정서작성자에 대해서도 검찰과 전혀 다툼이 없다고 한 수사관이 귀띔.
그러나 문씨는 『민정당등에 진정서를 보냈으나 반응이없어 신문사에 다시 진정서를 보냈을뿐 명예훼손할뜻은없었다』 고 말한것으로 전해졌다.
문씨의 심신상태나 건강은 양호한 편이라는것.
○…26일에이어 27일에도 철야수사에 들어가자 서울지검공안부소속의 타이피스트들과 검찰별관과 본청간의 연락업무와 차량수배등 수발을 맡고있는 지검공안부장실의 이모계장등이 수사검찰 못잖은고통을 겪고있다.
철야수사에 참가한 경험이었다는 한 타이피스트는 『잠부족으로 피곤한것은 그렇다치고 밤새 수만자를 두드리다보면 손끝이 얼얼해 종이한장 들기가 힘들다』 고 고충을 토로.
○…김석휘검찰총장은 28일상오9시쯤 긴급히 모처로외출, 주위로부터 수사가 상당히 진전돼 고위층에 보고하러간것이 아니냐는 추측과함께 보도진들을 긴장케했다.
그러나 김총장의 외출은 배명인법무장관을 만나 지금까지의 수사진행상황을 놓고 앞으로의 수사방향에 대해논의하기 위한것으로 알려져 수사마무리설은 억측이었음이밝혀졌다.
김총장의 갑작스런 외출로 이번 사건수사에 대한 대책회의를 열기위해 총장실에 모였던 수사수뇌진들은 40여분동안 총장실 밖에서 기다렸으나 김총장이 돌아오지 않는 바람에 회의는 무산됐다.

<수사관출입 잦아>
○…서울 삼청동 대검제3별관은 26일밤에이어 27일밤에도 문씨등 7명에대한 철야조사가 진행되는듯 불이 환하게 켜져있었으며 전날과는 달리 수사관계자의 출입이 잦았다.
27일 하오3시20쯤에는 2대의 승용차가 2명의 관계인을 연행해와 경비원의 확인을거쳐 안으로 들어갔다.
하오7시 이공안부장은 정문앞에서 진을치고있는 보도진에게 밝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오늘밤은 더이상 연행해올 사람도, 별일도 없을것같으니 돌아가 쉬라』 고 말하고 총총히 건물안으로 사라졌다.
하오11시50분쯤에는 서울지검공안부 최연희검사가 누런색 대형서류봉투를 들고 급히대검으로 출발, 보고를 마친후 28일0시50분쯤 제3별관으로 되돌아와 수사에 상당한 진전이 있음을 느끼게 했다.
수사에 상당한 진전이 있다는 느낌을 더욱 짙게해준것은 대검청사에 대기중이던 최상탁대검공안부장이 보고를받고난뒤 관계자들과 장시간머리를 맞대고 숙의를 계속했고 최검사가 보고를 위해 별관을 나설 무렵에는 대부분의 방에 불이 꺼져 있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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