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그야말로 애물단지가 아닌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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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준결승 1국>
○·박정환 9단 ●·탕웨이싱 9단

제8보(88~101)= 좌하귀로 파고든 흑의 저항에 대하여 검토진은 ‘참고도’ 백1이면 깔끔하다고 말했었는데 그렇다고 귀의 흑이 얌전히 그냥 잡힌다는 뜻은 아니다.

 ‘참고도’ 백1 때 흑2로 미끄러지는 저항수단이 있다. 백3으로 막으면 흑4, 6으로 패가 난다. 이런 패가 있는데 검토실의 젊은 프로들은 왜 백1이 실전보다 낫다고 했을까. 듣자.

 “이 그림은, 귀의 흑을 공격하는 수단을 팻감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흑이 패의 공방에서 이겨 하변 흑과 연결된다 해도 끝내기에서 조금 당한 정도죠. 실전은 다릅니다. 흑이 백의 집안에서 떵떵거리고 살겠다는 거니까요.”

 게다가, 88로 막았을 때 바로 수를 내지 않고 중앙 경계로 물러선 89가 노회하다. 90으로 철책을 세웠는데 91부터 95까지 찌르고 밀어붙이는 노골적인 압박이 의외로 까다롭다.

 이 모든 것이 좌하귀에 들이박힌 탄환 한 발의 영향. 96의 보강이 필요했다면 역시 이쪽 백 일단은 애초 움직이지 않는 쪽이 나았다. 중앙 흑의 두터운 세력을 만들어주면서 도주에 급급하고 결국, 좌하일대 백의 주력에 부담을 주고 있으니 그야말로 애물단지가 아닌가. 흑은 귀로 돌아와 97부터 101까지, 만만치 않은 공간을 확보했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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