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평화상 후보 오른 미국 사형수 반대 시위 속 사형 집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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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를 가장한 냉혈한인가. 아니면 24년간 옥살이를 하면서도 15만 명의 불량 청소년을 선도한 천사인가. 엇갈리는 평가로 사형수이면서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던 스탠리 윌리엄스(51.사진)가 결국은 13일 새벽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로이터 등 외신은 윌리엄스에 대한 사형이 이날 오전 0시11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퀜틴 교도소에서 팔에 독극물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집행됐다고 보도했다.

◆ 슈워제네거 "뉘우침 없는 살인자"=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5만 건의 개별적인 청원서를 비롯한 각계 각층의 구명 노력에도 불구하고 12일 사형집행을 결정했다. 슈워제네거는 "정황과 과거 역사를 살펴보며 고심했으나 청원을 받아들일 만한 정당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윌리엄스가 잔혹하게 살해하고도 결백만 주장하고 있으며, 법정에서 살해장면을 묘사하는 등 지금까지 진정으로 반성하는 빛을 보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 윌리엄스 "나는 결백"=고교 시절이던 1971년 악명 높은 갱단을 만들어 주도해 온 윌리엄스는 79년 2건의 강도 행각 중 모텔을 소유한 아시아계 일가족 3명과 편의점 직원 1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유죄 선고를 받았다. 그는 "유죄 자백이 조작됐다"며 항고를 거듭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윌리엄스의 유죄를 최종 확정했다.

윌리엄스는 90년대에 극적으로 태도를 바꾸며 반폭력 운동가로 변신했다. 청소년의 비행을 경고하는 내용의 책을 펴내는 등 폭력 반대 캠페인에 나섰다. 덕분에 5회 연속 노벨상 후보에 올랐다. 그의 자서전 '리뎀션'은 제이미 폭스 주연의 TV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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