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김세영 연장 첫 홀 기적의 이글로 박인비 꺾고 시즌 2승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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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이 LPGA 투어에서 시즌 2승을 가장 먼저 챙겼다. 19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코올리나 골프장에서 시작된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다.

김세영은 마지막 홀에서 물에 빠져 패색이 짙었으나 칩샷을 넣어 연장에 들어갔고 파 4인 연장 첫 홀에서 두 번째 샷을 그대로 집어 넣어 승부를 마무리했다.

2013년 국내대회에서 홀인원, 이글로 유소연에게 6타 뒤지다 역전승한 김세영은 LPGA 투어로 옮겨 그 이상 드라마틱한 경기를 펼치며 우승을 차지했다. 김세영은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김세영은 올해 LPGA 투어 시즌 첫 2승 선수. 지난 대회인 ANA 3타 차 역전패를 씻는다는 의미도 크다. 바로 다음대회에서 4라운드 선두로 출발했고 보란듯 우승을 차지했다. '역전의 여왕' 김세영의 최종라운드 빨간 바지 마법도 이어갔다.

2010년 이후 우승이 없는 김인경은 16번홀까지 잘 버텼으나 17번홀에서 핀에 가장 가까이 붙여 놓고 3퍼트 하면서 무너졌다.

김인경이 9언더파 3위, 김효주와 최운정이 8언더파 공동 4위다. 한국 선수들이 톱 5를 모두 차지했다.

하와이에 나흘째 계속 바람이 불었다. 1, 2라운드보다 3라운드가 강했는데 최종라운드에서는 더 셌다. 선두로 출발한 김세영이 초반 흔들렸다. 12언더파로 김인경에 1타 차 선두로 출발한 김세영은 첫 홀 버디를 잡고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이후 두 홀에서 3타를 잃었다.

김세영은 2번 홀에서 4번째 샷을 그린 프린지에서 했는데 넣지 못해 보기가 됐다. 3번 홀에서는 티샷을 실수하면서 더블보기가 됐다. 김세영은 4번홀에서 파를 잡으면서 위기를 봉합했다.

그러면서 기세는 김인경이 가져갔다. 4번홀까지 파세이브에 성공한 김인경은 한 타 차 선두가 됐다.

뒷바람이 부는 파 5인 5번 홀에서 김세영은 177야드를 남기고 9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다. 공이 그린 경사를 타고 핀 쪽으로 내려오면 완벽한 이글기회가 될 수 있었지만 언덕에 멈춰서면서 버디에 그쳤다. 김인경과 박인비도 버디를 잡았다.

잘 버티던 김인경이 6번 홀에서 흔들렸다. 두 번째 샷이 그린에 올라가지 못했다. 박인비가 먼거리 퍼트를 쑥 넣으면서 김인경의 부담은 더욱 커진 듯 했다. 김인경은 애매한 거리의 파퍼트를 넣지 못했다. 실망한 김인경은 짧은 보기 퍼트도 넣지 못하면서 더블보기를 했다.

3위로 출발한 박인비가 2타를 줄이면서 선두로 올라갔다. 김인경은 7번 홀에서 티샷을 실수했다. 페어웨이로 공을 꺼낸 후 친 세 번째 샷은 그린을 넘어갔다. 보기 혹은 더블보기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퍼트로 친 텍사스웨지 샷이 홀에 들어가면서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김세영은 이 홀에서 보기를 했다. 김세영도 10언더파가 되면서 박인비와 2타 차 공동 2위가 됐다.

김인경의 7번 홀 파 세이브는 컸다. 김인경은 이 파로 전열을 추스르고 8번 홀에서 4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다시 원래 출발점인 11언더파로 돌아왔다.

김인경은 9번홀에서 약 30m에서 2퍼트로 파 세이브를 했다. 김세영은 1m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하면서 쫓아가지 못했다.

11번 홀에서 또 다시 리더보드에 돌개바람이 일었다. 김세영은 355야드의 뒷바람 홀인 11번 홀에서 300야드가 넘는 드라이브샷을 쳤고 2m 버디 퍼트를 만들었다. 박인비는 100야드가 안되는 거리에서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섕크가 난 듯 했다. 김세영이 버디를 하고 박인비가 보기를 하면서 세 선수 모두 11언더파가 됐다.

13번 홀과 14번 홀은 파 5홀이다. 장타를 치는 김세영이 유리할 것으로 보였지만 박인비가 샷이 더 좋았다. 박인비는 13번 홀에서 1m, 14번 홀에서 1.5m 버디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박인비 답지 않게 둘 다 넣지 못했다. 특히 14번 홀 퍼트는 홀을 돌고 나왔다. 김세영은 무난한 파를 했다. 김인경은 그린에 올리지 못하고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15번 홀에서 박인비는 평소라면 넣었을 약 3m 버디를 또 놓쳤다. 16번 홀에서 김세영은 위기를 맞았지만 2m 파 퍼트를 넣으면서 버텼다. 세 선수는 11언더파라는 아슬아슬한 줄에서 함께 버티고 있다.

17번 홀에서 또 한 번 드라마가 나왔다. 하루 종일 뛰어난 샷감을 보이던 박인비가 그린을 놓쳐 벙커에 빠졌다. 김세영은 그린에 올리기는 했지만 20m가 넘었다. 김인경은 가장 가깝게 붙였다.

박인비는 벙커샷이 핀 6m를 지나갔다. 오늘 퍼트 감으로 보면 보기가 거의 확실해 보였다. 김세영의 내리막 퍼트는 너무 신중했다. 약 4m가 짧았다. 김인경은 5m 버디 기회에서 너무 강하게 쳤다. 공은 핀 옆을 흐물흐물 흐르더니 2m 정도 지나갔다.

박인비는 6m 벙커샷을 집어 넣어 파에 성공했다. 김세영도 약 4m 내리막 퍼트를 우겨 넣었다. 김인경에게 압박감이 몰려왔을 듯하다. 2m 오르막 퍼트를 확 당겼다. 가장 유리했던 김인경만 보기를 했다.

아슬아슬 11언더파에서 버티던 김인경이 밀려나면서 승부는 박인비와 김세영의 대결이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아니었다. 18번 홀에서 또 다른 드라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18번홀은 물이 있는 파 4홀이다. 티샷이 길면 물에 빠진다. 김세영은 하이브리드로 쳤는데 뒷바람에 실려 너무 멀리 나갔다. 물에 빠졌다. 박인비의 공도 물에 빠질 뻔했다. 러프에 겨우 걸렸다. 상대적으로 샷거리가 짧은 김인경은 페어웨이를 지켰다.

김인경은 하이브리드로 두 번째 샷을 했다. 그린을 넘어 벙커에 빠졌다. 보기를 했다.

김세영은 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이 좋아 보였다. 물을 살짝 넘어 그린 앞 핀 근처로 갔다. 그러나 그린은 아니었다.

박인비는 두번째 샷이 그린 뒤로 갔다. 내리막 20m 퍼트를 해야 했다. 박인비는 홀 1인치 옆에 붙였다. 김세영의 칩샷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우승이었다. 경기가 끝나는 듯 했는데 김세영의 약 5m 칩샷이 홀에 들어갔다. 두 선수가 연장전에 돌입했다.

정규 경기서 하이브리드로 물에 빠뜨린 김세영은 연장에서 티샷을 안전하게 아이언으로 했다. 그리고 150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 넣었다. 김세영은 "이글이 아직도 믿기지 않고 정규 마지막 홀에서는 칩샷을 홀에 집어 넣기 위해서 집중했다"고 했다.

김세영은 ANA인비테이셔널 포함 2개 대회 연속 4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했다. ANA에서 김세영은 최종라운드 75타를 치는 바람에 공동 4위로 경기를 마쳤다. 이번 대회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사진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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