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World] WTO 각료회의 왜 하는 건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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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 WTO(World Trade Organization)는 어떤 기구인가요.

나라 간에 무역을 하자면 일정한 규칙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규칙을 만들고 감독하는 기구가 바로 WTO입니다. WTO는 자유로운 국제무역을 증진하기 위해 1995년 1월 1일 출범했지요.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고, 현재 회원은 148개국입니다. 사무총장은 프랑스 사람인 파스칼 라미입니다. 당초 세계무역은 47년에 만들어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따라 이뤄졌으며, 이것이 86년 이후에는 '우루과이라운드'협정으로 바뀌었지요. GATT가 WTO의 할아버지 격이고, 우루과이라운드는 아버지 격이지요. 명칭은 달라졌지만 어떤 것이든 나라 간 무역을 늘리는 방안을 찾자는 것이 목적입니다. 무역을 늘리는 방법은 관세를 낮추는 게 으뜸입니다. 결국 자유무역으로 가자는 얘기인데, WTO는 이를 위해 2년에 한 번씩 회의를 엽니다.

2. 이번 홍콩 회의에서는 무엇을 의논하나요.

2002년 시작된 도하개발어젠다 협상을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마무리 짓자는 것이 목표입니다. 수입품에 물리는 관세를 낮추거나 아예 없애 무역을 자유화하자는 거지요. 자유무역을 위한 협상은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상당한 성과가 있었어요. 그러나 당시에는 공산품에 대한 관세 인하 협상이 대부분을 차지했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얘기를 나눕니다. 다시 말해 농산물과 서비스 분야에 관한 협상도 합니다. 관세 인하 협상은 물론 국제무역 규칙을 손질하고 환경이나 지적재산권 문제도 논의하지요. 각국 정부의 물품 구매 과정에서 거론되는 불공정한 경쟁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포도주 원산지 표시를 보호하는 방안도 논의한답니다.

3. 관세를 낮추면 무조건 좋은 건가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와 중국이 협상을 통해 휴대전화 관세를 지금의 절반으로 낮췄다고 가정해 봐요. 그럴 경우 중국에서 국산 휴대전화를 낮아진 관세만큼 싸게 팔 수 있기 때문에 판매가 늘어나지요. 휴대전화의 관세를 낮춰도 중국 제품이 국내에서 팔릴 가능성은 작기 때문에 이 경우는 한국이 득을 보지요. 이번엔 두 나라가 쌀의 관세를 낮춘 경우를 봅시다. 이때는 중국 쌀이 대거 우리나라로 들어와 농민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품목의 관세를 낮추느냐에 따라 그 나라 이익이 달라집니다. WTO 협상을 잘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요.

4. 우리 농민과 시민단체들은 왜 WTO 협상에 반대하나요.

이번 회의는 농산물 무역의 자유화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농민들은 농산물 시장 개방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쌀 시장을 개방하면 외국의 질 좋고 값싼 쌀이 국내로 밀려 들어올 것을 염려하고 있지요. 지난달 WTO 쌀 협상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 농민들이 연일 시위를 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이 협상안의 국회 통과로 우리나라는 올해 22만t을 시작으로 10년 뒤인 2014년에는 41만t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거든요. 농민들은 이에 불만을 품고 약 2000명이 홍콩으로 가 시위를 벌일 예정입니다. 개발도상국 시민단체들도 WTO 협상으로 자유무역이 이뤄지면 경쟁력이 약한 자국의 산업이 붕괴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5. WTO 협상은 어떻게 하나요.

회원국끼리 일대일 협상이 원칙이지요.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147개 WTO 회원국과 일일이 협상해야 한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회원국들은 주요 협상 대상국을 지정해 놓고 이들 국가와 협상이 타결되면 그 결과를 다른 국가에 적용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가 미국과 컴퓨터 관세를 없애고 쌀 관세는 10%로 낮추기로 했다면 그 결과가 중국이나 일본에도 적용된다는 거죠. 협상은 반드시'일괄 타결(Single Undertaking)'방식으로 한답니다. 공산품 관세 협상이 끝나도 농산물에서 타결이 안 되면 협상은 결렬된다는 뜻이죠. 그래서 WTO 협상을 '주고받기(Give and Take)'식 협상이라고 합니다.

6. WTO 협상 결과를 따르지 않거나 위반하면 어떻게 되나요.

피해를 본 회원국들이 WTO 분쟁해결기구에 소송을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판결 결과에 따라 해당 국가에 무역 보복을 할 수 있습니다. 보복은 위반 국가 상품에 대해 회원국들이 무거운 관세를 물리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다른 나라들이 그 나라와 무역을 꺼리는 일입니다. 그 나라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지요.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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