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축구대표 화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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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스포츠엔 겨울잠이 없다. 닥쳐오는 새 시즌에 발전된 새 모습을 나타내 보이기 위한 피나는 수련이 있을 뿐이다. 겨울 정훈련은 곧 그해 경기성적의 뿌리와 같은 것이라고 일컬어진다. 따라서 고통스런 자신과의 투쟁이 강요된다. 관심과 사람과 기대의 표적인 국가대표선수단, 그리고 프로팀들의 연병장, 동계훈련 현장을 찾아본다.
아직 질은 어둠에 잠겨 있는 이른 새벽의 진해공설운동장. 거친 숨소리들이 밤새 얼어 붙었던 찬 공기를 녹이기 시작한다.
동녘 하늘이 발갛게 달아오를 즈음 4백m 트랙 위엔 비오듯 땀방울이 뿌려진다.
LA올림픽 최종예선통과를 필생의 과업으로 상은 화랑들의 부릅뜬 눈망울이 떠오르는 태양을 받아 이글거린다.
고통을 토해내는 비장한 표정의 정해원 이길룡 신연호 장정……. 팔장을 낀채 미동도 없이 버티고 서서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 하나에 눈길을 떼지 않는 박종환 감독과 이이우 코치.
전후반 90분을 전력 질주할 수 있는 비범한 체력의 구축이 선결과제다. 그래서 매일 새벽 6시반부터 1만4천m를 튄다.
『축구선수들의 한 게임 실주거리가 약l만2천∼1만3천m입니다. 그래서 매일 1만4천m이상의 주파훈련을 하지요.』
박감독은 선수들의 주력이 날로 빠르고 경쾌해지는 변화에 흡족한 표정이다. 이 아침훈련이 끝나면 오전엔 휴식. 오후 들어 육군대학 잔디구장 등에서 약 2시간반의 전술훈련에 몰입한다. 부분전술훈련과 두 팀으로 나뉘어 벌이는 실전 연습이 거듭된다.
「저녁에도 훈련이 있습니다. 선수들은 숙소 뒷마당에 나가 바벨들기 등 근력운동을 합니다.』
정해원·이길용·이홍실 등 선배들의 뒤늦은 가담에 기존청소년선수들이 크게 자극 받아 스스로 기량 연마에 총력을 쏟고 있다. 박감독은 은연중 경쟁을 유발시킨다. 무엇보다 정해원이 그라운드 안의 지휘탑이 되어 팀웍을 굳히고 있는 데다 이길용이 폭발적인 공격력을 재점화, 화랑은 작년의 불안한 면모서 크게 씻은 것이 지금까지의 성과라고 박감독은 자평.
골게터 김종부는 구일전 연습중 무릎을 다쳐 기프스를 했으나 l주일 후면 완쾌된다. 최강의 라이벌인 쿠웨이트팀의 경기를 담은 비디오 테이프가 입수, 곧 도착 예정이어서 본격적인 전략수립을 벼르고 있다. 화랑은 오는 22일게 진주로 이동. 새로운 기분으로 훈련을 계속한다.【진해=박군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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