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신인상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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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 심사 위원들은 사전준비도, 예비지식도 필요없다는 말만 듣고 심사장에 나갔다.
그 자리에서 중앙일보사는 심사상 유의할사항으로 다음 네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이 상은 공로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작품상이라는것.
둘째, 대상과 신인상 후보작을 각각 1편씩 뽑는다는것.
세째, 신인상 후보자는 문단경력 10년 미만이어야 한다는것.
네째, 심사 대상 작품은 82년12월부터 83년11월 사이에 발표된 작품에 한한다는것등이 그것이었다.
심사 테이블에는 보행위원이 미리 준비한 대상후보 3인과 신인상후보 5인의 작품이 놓여있었다.
먼저 대상 후보의 작품들중에서 「손금을 보며」와 「늙은 느티나무에게」 그리고 「목과」를 각각 심사 대상작으로 보는데는 이의가 없었다.
이 작품들을 면밀히 비교 검토한 끝에 후보 세분의 작품이 작품대상 수상작으로서는 각기 아쉬움이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왕 작품에서 특출한것을 가리지 못할바에는 공로도 감안하자는 의견도 나왔고, 그런대로 우열을 가리자는 주장도 있어 뜻을 모으지 못하자 대상심사를 잠시 뒤로 미루고 신인상후보작을 검토하기로 했다.
5인의 후보자중에서 이우걸 유재영 양씨로 대상을 압축하기까지는 했으나 그중 누구를 뽑느냐, 그리고 어떤작품이 좋으냐 하는데서는 견해의 차이가 있었다.
이우걸씨 작품으로는 「비」와 「단풍물」이, 그리고 유재영씨 작품으로는 「무변기·4」와 「월포리산조」가 거론되어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여기서 우리는 대상 문제와 신인상 문제를 함께 놓고 생각하자는쪽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뚜렷한 대상후보가 없는 반면, 신인상 후보작에서는 우수한 작품이 백중을 가리기 어렵다면 대상은 한해 접어두는 대신 신인상 둘을 뽑는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사이에 대상 후보도 내주기를 바라는 주최측 희망도 전해 왔고, 우리도 아쉬운 마음을 금할수없었으나 이 결정이 이 상의 권위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시조의 발전에 기여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판단한것이다.
참고로 우리는 이 심사에 6시간을 소비했고, 심사 경위를 소상히 공개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사실을 아울러 밝혀둔다.
후보자의 성함을 덮어 둔것은 심사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김상옥·박재삼·장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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