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백11명모여 「코끼리문학회」 발족| 살림 틈틈이 키운 문학의 꿈결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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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집안 살림살이를 돌보며, 틈틈이 책을 읽고, 젖은 손을 닦아가며 원고지칸을 메워 신문에 투고, 자신의 글이 활자화되는 기쁨을 은밀히 즐기던 가정주부 1백여명이 모여 문학회를 만들었다.
코끼리 여성문학회 (회장 유희림).
지난 4일하오2시 서울종로2가 대한YMCA 지난방에서의창립모임이자 회원들의 짧은 글들을 묶어낸 『손거울에 비친 행복』 (오상출판사간) 의 출판기념회에는 전체1백11명중 77명이 참석, 성황을 이뤘다.
서울을 비롯하여 부산 대구 목포등 전국에서 달려온 여성들은 한결같이 상기된 얼굴이었다.
충남예산에서온 방정렬씨는 서울나들이를 겸해 부부동반으로 참석, 부러움을 사기도했다.
문학으로 향한그들의 열기만큼 분위기도한껏 뜨거웠다고 한다.
이모임의 산파역은 이날 초대회장으로 뽑힌 유희림씨(39·서울영등포구대림동)가 맡았다.
11, 9살짜리 두아들을 가진 회사원의 아내인 유씨는 78년 『작은 보람』 이란 자신의 글이 신문에 활자화된 기쁨을 맛본 이후 살림을 하는 틈틈이 계속글을 써왔다고한다.
그는 3년전 우연히 중앙일보 손거울등 각신문여성란에 투고하여 글이 실린 필자들의 글을 묶어 책을 내면 재미있겠다는생각을 했고 곧 행동에 옮겼다.
전국에 흩어져있는 필자들의 주소로 취지를 실명하는 편지를 쓴후 다시 원고를 청탁했다.
3년여의 노력끝에 지난봄에는 8백24명의 글 총1천1백25편을 모을수 있었다고 한다.
이글은 작가 김이연씨에게 넘겨져 그중 1백11명의 글 l백24편이 뽑혀 이번에 출판된 『손거울에 비친 행복』 에 수록되었다.
보통 여성들의 사랑과 행복, 추억과 비밀등의 사연들이 담긴 이글들은 직업적인 작가의글과는 달리 진한 생활의 냄새가 스며있다.
작품을 고른 김이연씨는 『그들의 작품중에는 우리가 무심히 스쳐지나가는 빛나는 생활의 편린들이 들어있어 놀라왔다』고 평하고 있다.
4일 첫모임의 참석자들은 대부분 가정주부로 20대부터 50대까지로 연령층이 다양하다.
그러나 한결같은 얘기는『아직까지는 어느면 남편과 가족으로부터 소외당하듯 살았지만 이번 일로 제자신이 인식받은것 같아기쁘다』 는 것이었다고 유회장은 전했다.
직업적인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글이 활자화된것이 더욱 소중하고 자랑스럽다는 것이다.
또 소녀시절부터 키워온 글을 쓰고 싶다는 갈망이 다소나마 채워진것 같다고 한다.
행운을 상징하는 코끼리, 지혜롭고 어떠한 역경에도 쉬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코끼리의 이름을 붙여 출범한 이들 여성문학회는 문학에 대한 그들의 소망이 진지하고 뜨거운 만큼 앞으로의 계획 또한 많다.
1백11명 회원의 절반이상이 지방에 거주하는만큼 서울중앙회와 함께 도별로 모임을 조직하여 문학에의 뜻을가진동도자로의 일을 할것이라고 한다.
서울은 우선26일 서울YMCA에서 첫실무모임을 갖는다.
『회원들중에는 실제로 어떻게 원고를 써야하는지를 모르는 사람도 있어요. 이들을 위한 창작강의를 한달에 한번정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동인지발행, 주부백일장 주최등하고싶은 일이 너무 많아요.』
그러나 능력이 닿는대로 욕심을 부리지말고 차근차근 회원들이 함께 의논하여 한가지씩 일을 펴나가리라고 유회장은 얘기한다.
『글을 쓰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니만큼 오래도록 뜻을 모아 활동하고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다.<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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