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하면 레바논 와해|"미군이 주둔하는 목적을 분명히 하는게 선결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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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키신저」전미국무장관은 미ABC방송과의 대담프로에서 미군이 평화유지군으로서가 아니라 레바논정부군의 우방군으로서 과격파 섬멸작전에 개입해야 된다고 주장함으로써 미국여론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컸다. 다음은 23일 ABC방송에서 마련한 레바논 사태에 관한 「키신저」전국무장관과의 대담을 워싱턴프스트지가 24일 전재한것이다. (「데이비드·브 링클리」는 ABC사회자, 「조지·윌」은 보수파 평론가,「샘·도널드슨」은 ABC방송의 백악관 출임기자)
▲브링클리=베이루트 참사에 대해 미국이 취할수 있는 적절한 반응은 어떤 것인가.
▲키신저=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레바논·중동·페르샤만등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지역 에 대해 우리가 목적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규명하는 작업이다. 해병대를 1천2백명 또는 1천4백명 주둔시킬 것인가 아니면 이들을 다른 기지로 옮길것인등은 문제해결과 큰 관계가 없다.
현재 미국군대에겐 명확한 임무가 없다. 미국이 베이루트에서 무엇을 성취하려 하는건지 또 그런 목표와「레이건」대통령의 전체 중동평화안과 이지역에 대한 미국의 신빙성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
이것이 문제다. 해병대를 보다 안전한 지대로 이동시키느냐는 큰 문제가 아니다.
▲윌=「레이건」외교정책의 주조중의 하나는 미국이 무기력하다는 인상을 씻고 미국 군사력의 신빙성을 회복한다는 것이었다. 레바논에서 미국이 또다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지않을 방책은 무엇인가.
▲키신저=만약 우리가 그 지역의세력균형을 바로 잡고 온전하면서 미국편인 세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평화를 회복할 수 있다면 평화에의 기여가 될 것이다.
▲윌=미국이 곤경에 몰려있는 현재 시리아가 뭣때문에 철수하겠는가.
▲키신저=레바논 내부의 세력균형이 바로잡혀지지 않는 한 시리아는 철수하지 않을 것이다. 미군이 살상당하고 있는 곳에서 20km떨어진 곳에 이스라엘군이 있으면서도 미군과 행동조정이 없다는건 놀라운 사실이다.
▲윌=레바논의 세력균형을 바꾼다고할 때 귀하는 이스라엘군의 역할을 생각하고 있는가.
▲키신저=그렇다. 나는 미군을 레바논에 보내는 것을 처음부터 찬성하지 않았다. 나는 결정적인 변화가 있어야 된다고 본다. 현 상태에서 미군철수는 찬성할 수 없다. 만약 미국편이 될 수 있는 세력들이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까지 수동적이면 레바논정부도 점진적으로 와해될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태를 재검토해야된다.
▲도널드슨=그럼 미군을 증강해야되는가.
▲키신저=레바논의 세력균형을 유리하게 변경시킬 명백한 계획을 갖고 있다면 미군증강 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우방과의 협조아래 증강이 이루어져야 할것이다.
▲도널드슨=미군이 증강되면 그들의 임무는 어떤것이 되는가.
▲키신저=현재 레바논의 문제는 시리아와 소련이 지원하는 세력이 점차적으로 세력을 확장해서 그곳의 온건한 정부가 퇴화하게 되어 레바논이 시리아의 영토가 되어 버리느냐는것이다.
따라서 미국에는 두가지 길이있다. 하나는 미군의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세력균형을 유리하게 바꾸는 것이고 다른하나 미군 철수 여부를 결정 짓는 길이다. 두번째 길은 온건세력의 점진적 약화와 과격파세력의 증강을 가져온다.
▲브링클리=그곳에 있는 미군이나 이스라엘군이 다같이 수동적 입장에 있다는 이야긴가.
▲키신저=미군은 원래 아랍군과 이스라엘군을 분리시키는 임무를 띠고 파견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된다.
미군은 양측이 다같이 원하는 역할만 할때는 공격을 받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스라엘이 20마일 철수하면서 미국은 지난10년동안 내전을 벌여온 모든 적대세력을 혼자 맡게된 것이다.
▲도널드슨=미군이 세력균형을 바꾼다는 말은 놀랍다. 미국이 무력으로 내전을 막는다는 말인가. 어떻게그 런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키신저=나의 말은 현재처럼 미군이 수동적인 역할만 한다면 레바논정부가 와해되어 미군은 조만간 철수해야 되고 세력균형을 변화시키려든다면 모험을 무릅쓰고 미군을 증강해서 총격을 가해오는 과격파세력과 대결해야 된다는 선택의 범위를 이야기한 것 뿐이다.<워싱턴=장두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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