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잘난 척하지 말자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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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
조세현 옮김, 비룡소, 32쪽, 6500원

책 제목 위에 '초등학교 1.2학년을 위한 그림동화'란 설명이 붙어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자기 중심으로 바라보고 근시안으로 해석하는 우리들의 습성을 꼬집었다는 점에서 어른을 위한 동화에 가깝다. 주인공 노랑이와 분홍이는 나무인형이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햇빛 아래 누워있다. 둘은 '나는 어디서 왔을까'라는 존재론적 고민에 빠진다. 분홍이는 "누군가 우리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하지만 노랑이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랑이의 설명은 이렇다. 나뭇가지가 바위에 떨어져 쪼개지는 바람에 다리가 만들어졌고, 입은 나뭇조각이 얼어서 벌어진 자국이며, 손가락.발가락은 번개에 맞아 생겼고, 눈.귀.콧구멍은 벌레나 딱따구리가 만든 구멍이란다. 언뜻 화학물질에서 우연히 생명체가 만들어졌다는 진화론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책 말미엔 윌리엄 스타이그 특유의 재치있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한 아저씨가 나타나 두 인형을 들고 "잘 말랐군"하며 가져간다. '어쭙잖은 지식이나 기술로 다 아는 체 잘난 척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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