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딸"로 단산 이학종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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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제는 홀가분합니다. 언젠가는 풀어야할 숙제를 미리 해낸 기분입니다』
딸하나를 낳고 단산수술을 받은 이학종씨 (37·실내장식업)-김순례씨(29)부부 (경기도부천시소사동305) .
이씨 집안은 부인이 지난 15일 대한가족계획협회를 통해 「복강경 난관수술」 을 받아「불임가정」이 됐다.
『장손을 바라시는 부모의 기대와 나중에 후회한다는 주위의 충고를 뿌리치기란 정말 힘들었어요』
남편 이씨는 4남2녀의장남, 부인김씨는 맏며느리로서 한가정의 대를 이을 의무를 진 부부.
그러나 자식많은 집안(남편형제 6남매·부인형제4남매) 에서 어렵게 자라온 이들 부부로서는 자녀를 적게낳아 잘 키우자는것이 결혼전부터 가긴 신념이었다는것.
이들 부부의 결혼생활은 올해로 만8년째.
김씨는 여고 (원주)졸업후 대구에서 친척의 포목가게를 돌봐주다 대학(영남대) 을 나와 음악학원을 차렸던 이씨와 만나 1년간외 연애끝에 결혼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까지 경남마산시댁에서 시부모님을 모셨다.
『결혼후 2년만에 아기를 가졌지요. 주변에서 모두들 기뻐하며 아들이기를 바랐어요』
김씨는 다음에 아들을 낳기바라는 주변의 기대때문에 불임수술을 선뜻 결심하지못했다.
더구나 딸 승혜 (6)가 커져 동네꼬마들과 어울리는 것을 보고 딸을위해서라도 하나를 더 낳는것이 가정교육상 좋지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단다.
『그러나 연애시절의 약속을 실천하고 승혜에게 집중된 사랑이 쪼개어져 분산되는 것을 막기위해 단산을 결심했어요.』
김씨는 불임수술에 앞서 남편에게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는 각서를 쓰라고 했으나 남편이 그럴 필요없다며『이제는 승혜를 위해 돈을 버는데 더신경을 쓰자』 고 도리어 격려해주었다고 말했다.
남편 이씨는 『이제 1백50만원짜리 단칸 전세방신세를 면하고 내집마련을 위해 더욱 열심히뛰겠다』 고 다짐했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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