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오락실 더이상 방치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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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만봉<배명고교감>
며칠전 학교에서 몸이 불편하다고 담임에게 조회를 맡고 나간 학생이 전자오락실에서 게임을 즐기다가 학생과선생님에게 붙들려왔다.
얼마전 TV 뉴스시간에는어느 국민학교 학생이 전자오락실에서 졸도하여 병원에 입원중 사망했다는 내용이 전자오락실의 좌석과 더불어 화면애 생생하개 보도되어 가슴을 아리게했다.
우리가 모두 아는 일이지만 요 근래 전자오락실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만 가는 실정이다.
특히 국민학교, 중·고등학교 주변에 많으며 차차 주택지역으로 침범해오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전국에 무허가오락실이 7천6백개소. 그중 80%인 6천개소가량이 수도 서울에 있는데 실제로는 약1만개소는 되리라는 것이다.
그가운데 당국의 허가를 얻어 영업을 하고있는 업소는 단27개소라는 것이다.
허가업소와 무허가업소의 차이가 무엇이며 어떻게 유별나게 다른지는 차치하고라도 1만개소중의 27개소라니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 아무리 황금만능·이기주의가 팽대한 세상이라고들 하지만 이래서야 되겠는가?
미성년자출임금지란 푯말을 붙이고 어린학생들을 받아들여 1백원 동전에 포커놀이를 시키고 점수에따라 2백점이면 5백원, 6백점이면 1천4백원, 5천점이면 5만원을 딸수있다니 될법이나한 노릇인가.
이것이 무슨 고등학교 가는 점수인가, 대학가는 점수인가. 아니면 취직하는데 필요한 점수란 말인가.
더옥 한심한것은 학생증을 잡고 돈까지 빌려준다니 이것 또한 도박판에서 집이나 토지문서를 잡고 판돈을 빌려주는 행위와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본교 학생과의 조사통계(6월7∼11일)에 따르면 서점·문방구·분식센터·약국·양복점·대폿집등이 간판은 그대로 둔채 하루 아침에 오락실로 둔갑했다.
서점·문방구가 없어졌으니 공부에 지장이 있을 것이요, 분식센터나 약국이 없어졌으니 건강에 지장이 있을것이요, 양복점은 자율화시대를 맞아 자율복장과 관계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대폿집에 들어가는 청소년을 생각해 볼때 소름이 끼치는 일이다.
자율화시대를 맞아 사회의 학교화, 성인의 교사화를 부르짖고있는 현시점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보아야할 것이다.
전자오락실에 취미붙인 학생들이 무슨 공부를 하겠는가.
용돈이나 저금통털기 일쑤일것이며, 부모에게 돈을 타기위해 거짓말을 할것이며, 남의 돈을 갚지 않고 나아가 납임금을 탕진하고 심하면 범죄도 저지르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시간허비·금전낭비·건강피해에 비하여 컴퓨터시대에있어 두뇌가 얼마나 계발되는지 감히 의심스럽다.
확실히 이 나라의 장래의 기둥이며 주춧돌인 학생들이 단몇명이라도 오락실에서 시들어 가고 있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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