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김치 납 함유량 국산 3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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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은 25일 "국내에서 판매되는 10개 업체의 중국산 배추김치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중금속 검사를 의뢰한 결과 10개 업체 제품 모두 국산 김치보다 납 함유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고 의원에 따르면 이들 10개 업체 김치의 평균 납 검출량은 0.302ppm으로 국내 '과실.채소류 음료의 납 기준치'인 0.3ppm을 넘어섰다. 김치는 납 검출량 기준치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2003년 보건산업진흥원이 검사한 국산김치에선 0.11ppm의 납이 검출됐다고 고 의원 측은 밝혔다.

납 함유량이 가장 높은 중국산 김치의 검출량은 0.57ppm이었으며, 4개 업체 제품에서 0.3ppm보다 많은 납이 검출됐다. 납은 체내에 들어가면 극히 일부만 소.대변을 통해 배출되고 대부분은 뼈와 치아 등에 축적된다. 유산 위험을 높이는 등 임산부와 유아에게 특히 해롭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개 회사 제품에서는 0.01ppm과 0.03ppm의 수은도 검출됐다고 고 의원은 공개했다.

고 의원 측은 이번 검사를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유통되는 10개 업체의 중국산 김치를 주문한 뒤 봉투를 뜯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맡겼다.

관세청이 집계한 지난해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7만2600t. 전년도 2만8700t의 2.5배다. 2001년 393t에 비해 3년 만에 184배가 늘었다. 지난해 수입량을 배추로 환산할 경우 3000만 포기에 이르러 한 집당 평균 세 포기의 중국 김치를 먹었다는 게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의 계산이다.

음식점의 경우 농림부가 8월 한국음식업중앙회에 의뢰해 서울.경기 지역 한식업소 7만9311곳을 조사한 결과 50%인 3만9663개 업소에서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점 및 당국 입장=이처럼 가정집과 식당에서 중국산 김치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도 정부 당국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것이 고 의원 주장이다. 고 의원은 "현재 김치 수입 과정에서 중금속 함유량 등에 대한 검사를 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철저한 점검을 실시하고 허용 기준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식당에서도 김치의 원산지 표시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의 한 김치 외식업체 관계자는 "중국 현지의 김치 공장을 돌아보니 일부 업체에서 사용하는 물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밝혔다. 그는 "배추를 씻고 절이는 데 사용하는 물에 중금속 오염이 우려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한국에서 경영난에 처한 일부 김치업자가 중국에 건너가 저가 공세로 납품받기 위해 위생처리 비용을 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식의약청 관계자는 "공정에서 중금속 관련 우려가 있는 캔음료의 경우 기준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김치는 배추.소금.고춧가루 등을 원료로 가공하는 식품이기 때문에 중금속 허용 기준을 따로 두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실험 과정에서 중금속 함유량을 계산하는 데 오차가 있을 수도 있어 우선적으로 고 의원 측의 실험자료와 방법 등을 파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식의약청이 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1만5410㎏의 중국산 수입김치가 식품첨가물 사용 기준 위반으로 적발되는 등 최근 3년간 8만4592㎏의 중국산 김치가 유통기한 경과, 부패.변질 등의 사유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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