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최고점 맞나 ? … 객장, 조용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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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7일 오후 서울 강남 코엑스 사거리에 있는 미래에셋 삼성역 지점. 적립식 펀드에 새로 가입하려는 고객들이 창구에 줄지어 있었다. 지점 관계자는 "신규 20명, 증액 20명 등 모두 40여 명이 몰려 바쁜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칸막이를 경계로 바로 옆에 있는 주식 매매 객장은 조용하기만 했다. 자신의 계좌로 직접 주식을 거래하는 고객들이 주로 찾는 이곳에선 한두 명의 고객이 묵묵히 주가조회용 컴퓨터를 바라보고 있을 뿐 최고치 경신의 흥분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주가가 10년10개월 만에 역사적 고점을 돌파한 7일 증권사 객장의 분위기는 과거와 사뭇 달랐다. 최고치 경신을 축하하며 주문용 전표를 날리는 직원이나 샴페인을 터뜨리는 고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식에 새로 투자하겠다면서 뭉칫돈을 들고 오는 고객도 거의 없었다고 증권사 직원들은 전했다. 하지만 펀드에 가입하려는 사람들의 행렬은 꾸준히 이어졌다.

직접 주식을 매매하던 투자자들은 적잖은 손실을 보고 대부분 증시를 이탈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들이 떠난 자리를 간접투자 중심의 새로운 투자자들이 메워 나가고 있는 것이다.

◆ 조용한 객장=7일 주식 거래가 끝난 오후 3시. 한국증권 광화문 지점엔 평소와 다름없이 10여 명의 고객이 전광판을 쳐다보며 담담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이 지점 장병우 대리는 "주가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그동안 외국인과 기관 주도의 장세가 계속됐기 때문에 개인들은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송파지점 현주미 지점장은 "증권사 지점 직원들이나 개인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지난해 이맘때와 비슷한 800포인트 안팎"이라고 전했다. 개인들은 코스닥 종목이나 거래소의 싼 주식을 주로 매매하고 있는데, 이들 종목은 요즘 별로 움직이지 않아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영건 현대증권 강남지점장도 "거래소의 대형 우량주들이 오를 때 개인들이 투자한 코스닥 종목은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며 "지수로 보면 지난해 말보다 40% 이상 수익이 나와야 정상이지만 그 정도 수익을 낸 개인투자자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 돈은 계속 유입=미래에셋 잠실역 지점은 이날 평소 판매액(3억원)보다 훨씬 많은 5억원어치의 적립식 펀드를 팔았다. 이 지점 조이선 지점장은 "주가가 많이 올랐는 데도 펀드에 새로 가입하겠다는 사람이 많은 것은 예전에 없던 현상"이라며 "주가가 오르면 겁이 나서 펀드를 환매하는 사람이 많은데 오늘은 한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어차피 적립식 펀드에 새로 가입하는 사람들은 3년 내지 5년 이후로 길게 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눈앞에서 펼쳐지는 단기간의 시장 상황에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대투증권 장태영 북수원지점장은 "길게 봤을 때 주식만한 투자 대상이 없을 것이란 자신감이 생겼는지 주식형 펀드를 문의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배당주 펀드와 인덱스 펀드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교보증권의 한 지점장은 "직접투자용 계좌는 거의 늘어나지 않지만 기존 투자자 중 보유 주식을 팔겠다는 사람도 없다"며 "얼마 전 조정 때 주식을 팔았던 사람들이 다시 분할 매수에 나서는 것으로 볼 때 자금 유입 추세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글 = 나현철.김준술 기자
사진 =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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