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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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내에서도 「32K ROM」의 생산이 시작됐다. 한국전자기술연구소의 업적이다.
아직 도입기술에 많이 의존하고 생산 효율도 초보단계지만 그것으로 한국이 세계적 반도체 전쟁에 한발 들어선 것은 확실해졌다.
32K는 32킬로비트의 약자. R0M은 「read only memory」(판독전용 기억소자)의 약어다.
3×4㎜의 아주 조그마한 칩 위에 3만2천 소자를 심어서 4천 어를 기억할 수 있게된 반도체라는 뜻이다.
집적회로에서 만들어지는 기억회로는 개념적으로는 칩 위에 펼쳐진 가로·세로의 수많은 교점마다 1 또는 0의 한 비트를 기록할 수 있는 소자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떤 소자에 1비트를 기록한다거나 그 기록을 판독한다는 것은 그 소자를 통과하는 가로와 세로 줄에 전압을 주어 기억회로 혹은 판독회로를 작동시키는 일이다.
34K는 바로 3만4천 소자(memory cell)를 작동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4·5미크론(1천분의 4·5㎜)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기능이다.
ROM은 특히 판독회로만이 붙어 있어서 일단 기록된 데이터를 바꾸지는 못하고 꺼내 쓰기만 하는 반도체다.
보통의 기억장치는 오래된 정보를 없애고 새로운 정보를 써넣도록 할 수가 있다. 그러나 R0M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고정기억장치(fixed memory)라고도 한다. 공장에서 만들어질 때 기억 내용이 결정된 소자다.
대개 정수, 상용작업 등 판독만으로 충분한 경우는 이것을 쓴다.
그러나 그 용도가 아주 좁다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마이크로 컴퓨터의 기억장치를 비롯해 전자게임, 산업용 로보트, 가전제품, 방위산업용 기기 등 다양한 용도다.
하지만 ROM은 아직 반도체기술의 초보다. 더욱 발전되면 RAM과 마이크로 프로세서(논리소자)의 단계가 된다.
RAM(random access memory)은 기역소자 가운데 아무 것에나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는 기능이다. 기입과 판독의 두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소자에 기록하고 판독해 낼 것인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read-write memory」라고도 한다. 임의의 소자에 액세스(접근)해서 그 소자 속에 있는 데이터를 판독하기도 하고 써넣기도 하는 기능이다. 전자계산기의 계산 실행 과정에서 계산 결과를 1차 적으로 축적하고 그것을 이용해서 다시 계산을 전개하는데는 RAM이 적격이다.
ROM과 RAM은 집적도에서도 차이가 크다. 32K ROM은 8K RAM에 해당한다. ROM에 3만2천개 소자를 집적한 것이 RAM의 8천개 수준이니까 4배차다.
32K ROM 시제품 생산엔 성공했지만 우리의 기술수준은 아직 4K RAM의 단계다. 83년부턴 연간 4천만개의 34K ROM 칩 생산을 득표로 하고 있으나 64K RAM을 본격 생산하는 구미와 일본수준엔 더욱 뒤쫓아 가야한다.
늦었지만 토끼를 이기는 거북의 건실성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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