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족상잔치른 한국에 공동의식 가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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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약력▲1935년 부산출생 ▲58년 연세대 법정 대졸 ▲59∼63년 외무부 본부 근무 ▲63년 주 브라질 3등 서기 관겸 부영사 ▲68년 주 시카고 영사 ▲70년 미 시카고 노드웨스턴대 수학 ▲71년 주 페루삼사관 ▲76년 외무부 총무과장 ▲77년 주미 참사관 ▲80년 외무부 외신 문서국장 ▲82년 주 레바논 대사
『한국군의 레바논 파병 여부와 관계없이 그런 요청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나라의 국제적 위치와 관련해 중요하다
고 생각합니다.
얘기를 나누는 동안 여기 저기서 뚝딱거리는 소리가 어지럽다. 대사의 집무실이라기 보다는 서울 어느 변두리 공사장의 사무실을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어수선하기만 하다.
-지난6월 이스라엘 군과 팔레스타인 군이 격전을 벌일 때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다른 외국대사들처럼 간베이루트로 피난 갔었지요. 하루 이틀 호텔을 오가며 지내다 보니 아무래도 대사관을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낮에는 총알이 오가는 가운데 둘러보곤 했지요.
-레바논 정부가 우리 나라에 대해 파명을 요청한 직후인 이 달 초순께 대사께서 『정세가 다시 나빠지는 것 같다』고 했지요. 지금도 그 때와 같은 생각입니까,
▲11월 초순 들어 한동안 잠잠하던 종교무장 세력간의 충돌이 재발돼 인명 피해가 나와 상당한 우려를 자아냈습니다.
큰 충돌은 없지만 각 파설의 대립이 계속 중이고 여기에 외세가 끼어 들어 국부적으로는 긴장상태인 것은 변함없습니다.
-지난 9월 새 내각 발족 후 각료들을 모두 만나보았지요. 그 사람들은 레바논의 앞날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모두 낙관하고 있더군요.
다시 옛날과 같은 혼란상태로 들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믿고 있어요. 정부 지도자들은 특히 미국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낙관적인 전망은 이스라엘 군 등 외국군이 철수하고 레바논 정부의 요청대로 평화유지군이 파견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 같은데, 철군협상은 잘 될 것 같습니까.
▲미국측과 제가 만나 본 정부 지도자들은 올해 안에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믿는 것 같아요. 그러나 이곳 신문이나 외교관들은 어려우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며칠 전 국방장관을 예방했는데, 한국이 레바논과 우방이고 레바논이 내란을 겪고 있는 것처럼 한국도 6·25때 동족끼리 전쟁을 치렀다는 점에서 공동의식을 갖고 있다고 하더군요.
-각료들이 한국에 대해선 알고 있던가요.
▲대체로 우리 나라를 잘 알고 있는 것 같고 좋게들 생각하고 있어요. 어떤 사람은 우리를 경제적 선진국으로 생각하고 프랑스와 서독이 무상으로 전갈복구사업을 해 준다며 우리 나라도 케이블 기술자 1백 내지 2백 명쯤 단기간 보내서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해요.
-파병을 요청 받은 나라 중 다른 서구국가들과는 달리 한국의 경우 주변 아랍 국가들의 반응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은데.....
▲온건 아랍 국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급진적인 나라들의 태도는 잘 모르겠어요.【베이무트=김동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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