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주여성의 비극, 되풀이돼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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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교통사고를 위장해 임신 중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40대 남성이 지난 25일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결혼 이주여성인 부인 앞으로 95억원 상당의 보험 26개를 가입하고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매달 무려 910만원의 보험료를 내는 등 누가 봐도 의심이 가는 행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정작 캄보디아 출신으로 한국어 구사능력이 떨어졌을 부인은 정황상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해 합리적인 의심이나 대처를 할 수 없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따라서 이 이주여성을 지속적으로 도와줄 사람도 없고 지원할 사회 서비스 체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도 이번 사건의 한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행정자치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3년 12월 말 기준으로 국내 체류 결혼이민자는 여성 12만8826명(전체의 85.4%), 남성 2만2039명(14.6%)으로 모두 15만865명에 이른다. 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우리 사회의 책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선 이주민들이 겪고 있는 언어·안전·범죄피해·문화·교육·복지 문제를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들이 자신의 안전을 비롯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원스톱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주민이 편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행정·사회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는 것은 인권국가의 필수요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