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암 수술 상향 평준화 … 재발률 40%서 10%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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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의대 외과학교실 김남규 교수가 직장암 수술에서 중요한 술기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수술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워크숍을 만들었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의료계에도 불편한 진실이 있다. 병원마다, 의사마다 치료 성적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료 품질의 차이는 환자에게 불안감과 불신으로 이어진다.

환자들이 서울로, 그것도 유명 병원으로 쏠리는 배경이다. 정부가 의료의 질을 평가하고, 이를 평준화하려는 노력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세대 의대 김남규(외과학교실) 교수는 대장암 분야의 명의로 후학들의 존경을 받는다. 그는 2005년 전국 대장항문외과 임상강사·조교수 등 젊은 외과의사를 대상으로 수술법과 지식을 공유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그의 뜻에 동조하는 몇몇 교수도 멘토로 동참했다. ‘직장암 수술 워크숍’이 그것이다. 매년 50~60명씩 참가해 라이브 서저리(공개 수술)와 토론을 진행했다.

지금까지 550여 명이 대가들로부터 ‘비법’을 전수받았다. 최근 김 교수는 서울 ‘빅5 병원’과 지방병원, 종합병원의 수술 성적을 평가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치료 성적이 고르게 올라 평준화가 실현된 것이다. <표 참조> 그의 노력이 10년 만에 결실을 본 셈이다.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직장암 치료 성적에서는 5년 생존율과 국소재발률, 항문보존율 등이 중요하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과 지방 대학병원 간 치료 성적에 두드러진 차이가 없다. 이 결과는 오히려 영국(CLASSIC Trial), 미국(MSKCC)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나은 결과다. 더구나 종합병원급이라도 대학병원과 차이가 없었다. 직장암 수술에서 수술의 질이 상향 평준화한 셈이다. 지금은 국소재발률이 10%를 밑돌지만 예전에는 40%대였다.”

-치료 성적이 오른 요인은 뭔가.

“여러 요소가 있다. 우선 MRI(자기공명영상촬영)가 보편화됐다. 다른 질환보다 일찍(2005년) MRI 건강보험 급여가 시작됐다. 병기를 결정하기 수월하고, 국소재발 위험이 큰 고위험군을 찾아내 수술 전 화학방사선 치료를 할 수 있게 됐다. 또 수술 테크닉이 발전했다. 복강경과 로봇 수술이 도입돼 최소침습수술 비율이 증가했다. 현재 직장암 복강경 수술 적용률은 62.8%에 달한다. 특히 로봇 수술은 직장암 수술처럼 좁은 공간에서 효과적이다. 더구나 복강경·로봇 수술 도입은 수술 광경을 스크린으로 훤히 볼 수 있어 수술법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워크숍이 이러한 변화 속에서 어느 정도 밑거름이 됐다.”

2006년 세브란스 새병원에서 열렸던 직장암 수술 워크숍 진행 모습. [사진 세브란스병원]

-어떻게 이런 워크숍을 열게 됐나.

“당시 직장암 환자의 수술 후 국소재발률이 높은 것을 경험했다. 1990년대 말 타병원에서 수술 후 조기에 재발한 환자를 수술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향후 외과의 미래가 될 젊은 외과의사를 대상으로 직장암의 수술 원칙을 교육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교수 시절의 답답함과 목마름의 경험도 일조했다. 그 후 학회에서 치료 원칙에 대해 많은 강의를 했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러면서 대장항문학회의 후원으로 워크숍을 만들게 됐다.”

-어떤 방식으로 교육이 진행됐나.

“초창기에는 핸디 캠으로 일일이 찍으면서 수술을 했다. 물론 2008년 복강경이 도입된 후에는 편해졌다. 수술 중 참석자가 ‘왜 그렇게 수술하는지’ 질문을 한다.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한다. 질문은 쌍방향으로 이뤄진다. 대답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서로 공부가 된다.”

-수술 노하우는 기밀일 수 있는데.

“의술은 기업이 만드는 제품과 다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 나만 노하우를 갖겠다? 그건 잘못됐다고 본다. 의술을 전파함으로써 골고루 향상되면 그것이 좋은 거다. 우리가 환자를 더 많이 보겠다는 욕심과 우월하다는 것을 보이려는 것은 나쁜 의도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도 어긋난다. 초창기 젊은 의사들은 이젠 중견 교수가 됐다. 그 사람들이 또 후배를 같은 방식으로 교육한다. 후배들에게 ‘앞으로는 너희가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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