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산책] 본프레레호 합류한 이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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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에서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소년 이정수. 초등학교 2학년 때 뱃사람이었던 아버지는 가족을 떠났고, 어린 정수는 어머니와 한 살 위 누나와 함께 낯설고 물선 경기도 용인으로 올라왔다.

용인 포곡초등학교에는 축구부가 있었다. 공을 차고 달리는 순간만큼은 식구들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미움도,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도 잊을 수 있었다. '꼭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꿈을 가슴에 품고 달려온 세월, 18년 만에 '꿈은 이루어졌다'.

지난 12일 대한축구협회는 동아시아선수권대회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이정수는 백지훈.이정열(이상 서울), 홍순학(대구), 양상민(전남)과 함께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일반인에게는 낯선 이름이었지만 올해 초부터 "수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이정수를 뽑아야 한다"는 팬들의 목소리가 인터넷을 달구고 있었고,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그의 기량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이정수는 K-리그 전기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2위를 차지한 인천 유나이티드의 오른쪽 수비를 맡고 있다. 1m85㎝의 좋은 신장, 뛰어난 스피드, 악착같은 대인마크, 공격으로 연결되는 질 좋은 패스가 그의 강점이다.

14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만난 이정수는 덤덤했다. "썩 잘하지도 못했는데 뽑아 주셔서 감사하지만 부담도 됩니다. 주전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스트레스받지 않고 재미있게 할 겁니다."

이정수는 자신은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고 했다. "할 말은 하는 성격이지만 모난 편은 아니고, 따르는 후배가 많다"고 덧붙였다. 속 정이 깊은 건 성장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자칫 어긋나기 쉬운 환경이었지만 가족이 든든히 그를 지켜줬다. 마음이 따뜻한 새 아버지는 그를 믿어줬고, 성(姓)이 다른 두 동생도 살갑게 대해줬다. 고교를 졸업하고 취직한 누나는 매달 30만원씩 합숙비를 보태줬다. 그는 "누나처럼 가족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 30세 이후 가정을 꾸미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수는 먹는 게 큰 즐거움이다. 용인에 내려가면 친구집 옥상에 모여 고기를 구워먹고, 단골 중국집에 가서 '국물 맛이 끝내주는' 짬뽕 한 그릇을 꼭 비우고 온다. 어머니에게서 닭도리탕 요리법을 배웠고, 독특한 맛을 내는 김치볶음밥도 즐겨 만든다. 1억원이 조금 안 되는 연봉은 부모님께 다 드리고, 승리 수당으로 옷을 사입고, 적금도 든다.

이름이 똑같은 개그맨 이정수 식으로 자신의 축구를 정의해 보라고 하니 "내 축구는 기본.근성.프로정신이야"라고 대답했다. 기본기에 충실하고, 남한테 지기 싫고, 돈 내고 들어온 팬을 만족시키는 선수가 되겠다는 다짐이었다.

글=정영재, 사진=안성식 기자

이정수는…

*출생: 1980년 1월 8일 경남 남해

*체격: 1m85cm, 76kg

*학교: 용인 포곡초-태성중-이천실고-경희대

*혈액형: B형 *취미: 컴퓨터 게임

*프로경력: 68경기 출장, 3골.3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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