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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행사 특별법은 만사형통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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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기자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강갑생
JTBC 사회1부장

굵직한 국제 스포츠 행사를 유치하면 거의 예외 없이 만드는 게 있다. 바로 ‘지원 특별법’이다. 얼마 전 끝난 인천 아시안게임이 그랬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마찬가지다. 4년 뒤 강원도 평창에서 열릴 겨울올림픽 역시 특별법이 있다.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재정적·행정적으로 적극 돕기 위한 차원이다. 특별법 대상이 되면 특혜가 상당하다. 무엇보다 평상시라면 거쳐야 할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다. 현행 규정상 총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정부의 지원 규모가 300억원을 넘으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상당수 사업이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이 단계에서 탈락한다. 대형 스포츠 시설도 금액만 보면 대부분 조사 대상이다. 그러나 대회에 꼭 필요한 시설이라면 굳이 타당성을 따지지 않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특별법이 엉뚱하게 쓰이기도 한다는 거다. 지방자치단체의 숙원 사업 해결용으로 말이다. 일단 특별법 대상에만 끼워 넣으면 만사형통이다. 평창군이 소황병산 계곡에 600억원을 들여 짓고 있는 저수지가 대표적이다. 명목은 올림픽 기간 용수 공급을 위한 식수전용 저수지다. 정부에서 공사비의 60%인 360억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이 사업은 올림픽 유치 전에 이미 평창군이 자체 추진하던 거였다. 식수원 추가 확보를 위해서였다. 당시에도 돈이 부족해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지자체 고유 사업이란 이유였다. 그런데 이번엔 어찌 된 걸까. 용수 공급을 위한 식수전용 저수지 개발이 아예 특별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다른 특별법에선 찾아보기 힘든 항목이다. 아마도 평창군과 지역 정치인들이 합작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유사 사례는 또 있다. 공사가 한창인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의 종착역이 올 3월 갑자기 바뀌었다. 당초 종착역이던 남강릉역에서 기존 강릉역까지 9.8㎞를 연장키로 했다. 그것도 대부분 지하로 연결할 계획이어서 공사비만 4100억원이 더 들어간다. 역시 지역에서 원했던 사업이다. 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인 경제성이 0.11에 불과했다. 경제성이 1을 넘어야 사업이 가능한 것에 비춰보면 완전 낙제 수준이다. 추진 불가였다. 그런데 올림픽조직위원회가 노선 연장을 요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관람객 수송에 필요하다며 특별법을 내세우니 거절할 방도가 없었다. 대회 이후가 걱정이다. 타당성 조사대로라면 수요가 제대로 나올 리 없다. 잠깐 10여 일 쓰자고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꼴이 될 수도 있다. 앞서 열렸던 대회들도 따지고 보면 별반 다르지 않다.

 대규모 행사를 제대로 치르려면 특별법은 요긴하다. 그러나 엉뚱하게 쓰이면 안 된다. 차제에 특별법을 손봐야 하는 이유다. 대규모 시설은 제한적으로라도 타당성 조사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사후 활용 마련도 의무화해야 한다. 일단 짓고 보자는 행태를 막자는 거다. 그래야 대회 뒤 국민이 짊어질 부담을 그나마 줄일 수 있다.

강갑생 JTBC 사회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