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이야기] 라이벌 없는 부자 팀 삼성 라이온즈의 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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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요즘 프로야구 삼성이 흐늘대자 재미있어 하는 사람이 많다. 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 시작 전 유명 선수 두 명을 100억원가량 주고 데려오는 등 막강 멤버를 구축했다. 그래서 올해 우승은 삼성이 떼어논 당상이라는 평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삼성은 지난 6월 한 달간 24경기를 치렀는데 승률이 4할도 채 안 됐다. 여전히 2등인 두산과 엎치락뒤치락하는 데다 3, 4위 팀과도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다른 구단에서 별볼일없던 선수를 데려다 키워 한때 연승 가도를 달렸던 한화 이글스가 더 화제가 되고 있는 판이다.

프로 스포츠도 산업이다. 팬은 경기라는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자고, 구단은 팬들로부터 돈(입장료)을 받고 경기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그래서 프로 스포츠는 경제학적 분석 대상이 되기도 한다. 다른 상품들처럼 시장경제 논리도 적용된다. 프로야구단이 수 년 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쟁'원칙을 제대로 안 지킨다고 해서 두 차례나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기업(구단)이 종업원(프로야구 선수)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때문에 완화되긴 했지만, 선수 자신이 속해 있는 구단이 동의해야만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다른 구단으로 옮길 수 있는 제약은 아직 남아 있다. 프로가 된 지 최소 9년이 지나 자유계약선수(FA)가 돼야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노조나 협의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프로 스포츠는 보통 상품과 다른 특성이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경기는 구단 혼자서 생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가령 TV의 경우 다른 기업보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스포츠의 경우는 어느 팀 혼자 잘해서는 소비자가 만족하는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팀 간 전력이 엇비슷해 승패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박빙의 승부를 펼칠 때만 팬들이 좋아한다. 한국 축구가 베트남 같은 약팀과 싸울 때 관중수는 현저히 적다. 따라서 선수들이 자유롭게 이동하면 부자 팀이 우수 선수를 싹쓸이해 경기가 재미 없어지고, 결국엔 팬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삼성 라이온즈를 보면 스포츠 경기에서는 우수 선수만 모인 팀이 항상 이기는 게 아닌 모양이다. 또 아무리 부자 팀이라고 해도 우수 선수를 몽땅 살 수도 없고 몽땅 사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부자 팀도 팽팽한 경기를 벌일 라이벌 팀이 여럿 존재해야만 자신들도 살 수 있다는 이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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