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논술이 있는 책읽기] 마음에 입은 상처 음악 통해 고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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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음악도 우리가 세상을 듣는 방식이랍니다. 음악은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음악을 찾는 사람만이 음악을 발견할 수 있지요.'

세상과 소통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천성적으로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 지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세상과 마음의 문을 닫고 외톨이로 사는 사람들도 있다. 스스로 세상과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외톨이들을 치료하는 여러 가지 방식 가운데 음악을 통해서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

'음악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도미틸 드 비에나시스 글, 그웬달 블롱델 그림, 산하), 이 책은 외톨이 아이가 음악을 통해서 어떻게 세상과 만나는지 보여 주는 작품이다.

샤를로트는 사람은 달걀 껍질과 같다며 어느 날부터인가 말을 하지 않고 방안에서만 처박혀 지낸다. 아래층에는 말을 나눌 사람이 없어서 입을 다물고 사는 피아노 연주자 보엠 할아버지가 살고 있다. 할아버지가 고양이 필리핀을 찾으러 이층으로 올라오면서 외톨이 샤를로트와의 만남은 시작된다.

할아버지는 샤를로트에게 새들의 노래 소리, 갈대 대롱으로 피리를 부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물소리와 풀잎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샤를로트도 점점 변해서 음악 소리가 나는 모든 것에 귀를 기울이고, 음악 소리는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해서 궁금증은 커져 간다. 음악 소리는 어느덧 샤를로트의 가슴속으로 들어와 마침내 말을 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연주회를 준비한다.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꼭 말이 필요한 건 아니다. 흔히 말하기를 예술은 세계 공통 언어라고 한다.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외톨이,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데는 음악뿐이 아니라 미술.문학.연극 따위가 많이 활용된다. 예술은 인간의 가슴속에 들어 있는 것을 밖으로 끄집어 내주고, 영혼까지 떨리게 하는 힘을 지녔다. 그런데 왜 예술과 만나면 호기심과 즐거움을 느끼는 걸까?

김정희(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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