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 회담 12개항 합의] "자질구레한 문제 안 따져 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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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 북측 대표단을 맞아 환담하고 있다. 환담은 45분간 진행됐다. 김춘식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오후 권호웅 단장 등 남북 장관급 회담의 북측 대표단을 청와대에서 접견하고 회담의 성과와 남북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45분간 녹차를 마시며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북측 대표단 일행을 맞으며 "수고가 많았다. 반갑다"고 악수를 건넨 뒤 "귀한 손님이 오셔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인사를 했다.

노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번에 정동영 특사를 접견해 뜻깊은 얘기를 많이 해준 것에 대해 감사드리고 기뻐하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에게 안부인사를 전해 달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원탁회의 등 달라진 남북 회담의 문화를 거론하며 "과거와 달리 진지하고 실질적인 자세로 협상이 진행되고 의미 있는 많은 합의를 이뤄낸 양측 대표단의 노고를 치하한다"고 격려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항상 군사적 충돌의 우려가 있는 서해상에서 평화 정착이 중요한데 이런 견지에서 이번에 장성급 군사회담과 수산협력 회담 개최의 합의를 이뤄낸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이를 계기로 서해의 확고한 평화가 정착되고 수산분야에서 양측의 이익이 증진되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이번에 오신 손님들이 자질구레한 문제는 안 따지고 시원스럽게 해준 것 같아 감사드린다"며 만족을 표명했다.

권호웅 북측 대표단장은 회담 문화의 변화가 화제에 오르자 "그동안 북남 관계에서 체면을 앞세워 대결하는 것을 없애라고 김정일 위원장께서 지시하셨다"며 "공동발표를 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권 단장은 "정동영 장관과 일을 잘 받들어서 많은 합의를 이뤘고 잘된 것 같다"며 "북남 사이에 다방면의 교류와 협력을 하고 6.15 공동선언 정신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 민족 번영을 이루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접견 뒤 노 대통령과 북측 대표단은 본관 1층에서 기념촬영을 했으며 북측 대표단은 "바쁘신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 건강하시라"고 노 대통령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이날 접견에는 북측에서 대표단 5명 외에 지원 요원 3명이 배석했다. 우리 측은 정 장관과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재경.문화부 차관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날 김정일 위원장의 친서나 구두 메시지 전달 등은 없었다고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밝혔다.

현 정부 들어 서울에서 두 차례의 장관급 회담이 있었으나 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북측 인사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정 장관 면담 등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진전의 좋은 전기라는 판단 아래 북측 대표단을 초청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훈 기자 <choihoo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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