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분기 GDP 성장률 7.3%…중국식 미니 부양으로 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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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예측은 빗나갔다. 대신 정부의 정책은 먹혔다.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지만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21일 발표된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을 두고 나온 반응이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등이 집계한 시장 전문가의 전망치(7.2%)보다 약간 높지만 2009년 1분기(6.6%)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올해 중국이 달성하고자하는 성장률 목표치(7.5%)에는 여전히 미달이다.

그럼에도 한숨 돌렸다는 시각이 주를 이루는 건 낮아진 눈 높이 때문이다. 중국은 지금 경제 발전의 동력을 수출 주도 성장에서 내수로 전환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연 10% 이상 고성장을 추구하지 않고, 연 8% 성장은 지킨다는 바오바(保八) 정책도 이미 폐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분기 7.3% 성장은 안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3분기 경제성장률 7.3%는 중국 정부가 기대했던 수준이기 때문에 추가 부양책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산업 구조의 변화도 중국이 높은 경제성장률에 덜 연연하게 된 이유다. GDP에서 차지하는 산업별 비중을 따져보면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업의 비중이 점차 커지면서 경제성장률이 과거처럼 치솟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진다. 중국 정부는 연간 1000만 개 정도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제조업 중심의 성장 시대에는 연 8% 이상의 성장을 해야 이 정도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 지금은 서비스업이 발전하면서 7%만 넘어도 된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9일 유럽 3개국 순방을 앞두고 “경제 성장에 7.5%라는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올 초 업무보고를 할 때도 경제성장률 목표치 7.5% 안팎이라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중국 국무원 산하 최대 연구기관이자 정책자문기관 중국사회과학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7.3% 내외’로 수정했다. 중국 칭화대도 7.4%로 낮췄다.

이런 추세를 바탕으로 중국 정부는 앞으로도 대규모 부양책을 꺼내지 않을 전망이다. 대신 지금껏 해온 신중한 전략을 계속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부동산 규제 완화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미니 부양책’이다.

중국 정부는 4월 이후 부동산 구매 규제를 완화했다. 생애 첫 주택 대출 규제를 완화했고, 판자촌 같은 주택의 개조사업에도 지원을 확대했다. 인민은행도 발 빠르게 나섰다. 중국 언론이 ‘위안화 분사(噴射)’라고 표현하듯, 인민은행은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인민은행은 단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지난달 이후 두 차례나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 금리를 낮췄다. RP란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확정금리를 보태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주로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사이의 유동성을 조절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인민은행은 또 지난달 유동성지원창구(SLF)를 통해 중국 5대 국영은행에 각각 1000억 위안씩 총 5000억 위안의 자금을 공급했다. SLF는 인민은행이 지난해 도입한 제도로 금융회사 등에 3개월 만기로 자금을 빌려주는 유동성 공급 수단이다. 그러면 시중은행은 이 돈을 다시 기업ㆍ대출해 줘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이다. 인민은행은 17일에는 SLF를 통해 시중은행 5~6개에 2000억 위안을 추가로 공급했다. 전병서 소장은 “3개월이라는 한시적인 기간 동안 은행에 돈을 빌려준 것이지만 약 1조 위안에 가까운 자금이 시중에 풀린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1년간 4조 위안의 돈을 풀었던 것과 비교해도 작지 않은 규모다. 이런 부양책만으로도 중국의 4분기 경제 성장률은 3분기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공산이 커지면서 중국 정부가 국내외 환경을 고려해 적절한 강도의 조정을 할 수는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실제 성라이윈(盛?運)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이날 "중국 경제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여전히 복잡하고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면서 "거시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적절한 시기, 적절한 강도의 미시적 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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