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파업 노사 첫 자율 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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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승객들이 운행을 재개한 시내버스를 타고 있다.김상진 기자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전면파업을 벌였던 창원.마산 시내버스 노조가 12일만에 파업을 풀고 14일부터 버스 운행을 재개했다.

창원.마산 시내버스의 12일간 운행중단은 2004년 대구시내 버스의 8일간 파업기록을 갈아치운 것으로 전국 최장 기록이다. 이번 파업은 자치단체의 재정지원 없이 노사자율로 해결했다는 선례와 함께 노사에 끌려 가지 않는 행정력을 보였다.

카풀 등으로 불편을 참아 낸 시민정신도 돋보였다. 하지만 창원.마산시는 동일 사업구역이면서도 다른 대책을 내놓아 혼선을 빚기도 했다.

◆타결 과정=노사는 13일 오후 10시쯤 마산시 해운동 시내버스협의회 사무실에서 열린 19차 협상에서 쟁점에 합의했다. ▶임금 6% 인상 ▶근속수당 1만1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인상 ▶주요노선 배차시간 75분에서 85분으로 연장 ▶노사 협의로 정년연장 가능 등에 합의했다.

노사는 3월부터 협상을 벌였으나 임금 14.5% 인상과 정년 연장, 하계수련비 인상, 휴가기간 연장 등을 요구하는 노조에 대해 사측이 임금 동결 및 상여금 100% 삭감 등으로 맞섰다.

노조는 임금인상 10.9%, 배차시간 10분 연장 등으로 물러섰고 사측은 임금 1% 인상, 상여금 100% 삭감안과 유급휴일 2일 축소안 등을 철회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지난 2일 파업에 돌입했었다.

◆과제=파업을 맞아 양 시는 매년 재정지원에도 반복되는 파업의 고리를 끊겠다며 강경대책을 쏟아냈다.

구체적인 검토 없이 나온 대책도 있었다.

마산시는 전세버스 투입 등 5억여원을 사용했으나 요금수입이 3억원에 불과해 총 2억1000만원 재정손실을 봤다. 창원시도 비번 택시 530대 임차료 7억2000만원을 지출했지만 요금 수입은 2억여원에 불과해 5억20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양 시의 재정손실은 고스란히 시민 부담으로 돌아오게 됐다.

양 시가 시내버스 동일사업구역이면서도 법률검토나 사전조율도 없이 개선명령을 발동하고 면허취소, 신규 면허 발급 등 장.단기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회사측은 시의 운행재개 명령에 따라 노조원들에게 법적 구속력도 없는 근무복귀 명령을 내리려다 불발에 그치기도 했다.

◆전망=앞으로 시민불편을 불모로 한 파업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파업은 노사가 재정지원금을 더 타내기 위한 '콤비 플레이'였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번 파업으로 '악순환 고리'를 끊겠다는 양 시와 시민들의 의지를 확인 한 만큼 무모한 파업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7월부터 도입키로 한 준공영제가 탄력을 받게 됐다. 버스운영권을 공공 영역으로 전환해 서비스 경쟁을 유도하고 적자분은 자치단체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양 시는 용역발주 등 세부일정에 돌입하기로 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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