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섬유류 수출관세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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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중국과 미국의 섬유 분쟁이 정면 격돌로 치닫고 있다.

중국 재정부는 30일 웹 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81개 종류의 중국산 섬유.의류 제품에 대한 수출 관세를 다음달 1일부터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81개의 섬유 상품에는 지난 20일 수출관세를 대폭 올리기로 했던 74개 품목이 모두 포함돼 있어 결국 종전의 관세 인상 결정을 전면 취소한 셈이다.

중국 재정부는 섬유제품 수출의 물량 축소를 유도하기 위해지난 20일 중국 섬유제품 74개 품목에 대해 개당 최고 0.3위안인 수출 관세를 최고 4위안으로 대폭 인상해 6월부터 적용한다고 밝혔었다.

재정부는 관세 철폐 이유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칼로스 구티에레즈 미국 상무부 장관의 첫 중국 방문을 사흘 앞두고 발표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 보시라이(薄熙來) 상무부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 섬유류를 규제하려는 것은 법적 근거가 결여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양측에 규제 조치를 발동할 합당한 근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보시라이 장관이 외신과 회견을 한 것은 2년 전 장관에 취임한 뒤 처음이다. 중국이 섬유분쟁에 그만큼 단호하게 대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에 앞서 이달 중순 중국산 면바지와 면 니트 셔츠, 속옷류 등 3개 품목에 대한 쿼터(수입물량 규제)를 부활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이후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쿼터 품목을 늘리고 중국 의류.아마 수입을 9억1400만 달러(약 9140억원)로 제한할 것이라고 밝히며 중국을 압박해 왔다.

EU 역시 지난 27일 중국에 T셔츠.아마 실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통한 공식적인 양자 협상을 요구했다. 이 협상이 시작되면 EU는 중국으로부터 최근 1년간 수입이 7.5% 이상 증가한 품목의 초과 수입물량에 대해선 수입을 제한하는 사실상의 수출 쿼터를 15일 이내에 부과할 수 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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