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경매를 배우자" 직장인·주부·대학생까지 몰려 '쫑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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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난 10일 부동산 경매 강좌가 열린 인천의 유명 백화점 문화센터. 초빙된 강사가 유망한 경매 물건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자 20여 명의 주부가 눈을 번뜩였다. 주부 김모(41)씨는 "주변에서 경매로 떼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은 데다 저금리 시대에 짭짤한 수익을 낼 만한 곳은 부동산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수강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주부와 직장인들 사이에 경매 배우기 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 일부 부동산 업체들은 경매절차를 대행해 주는 경매 컨설팅 업체로 '전공'을 바꾸고 있다. 대학이나 온라인 교육업체는 물론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도 잇따라 부동산 경매 강좌를 개설할 정도다.

부동산경매정보 제공업체인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3월 전국 부동산 경매 참가인원은 5만2138명으로 지난해 1월(2만380명)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올해 초(3만8134명)와 비교해도 증가세가 가파르다.

이처럼 경매 참여 인원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부동산을 잡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 특히 최근 경기 침체로 강남의 고급 아파트 등 '알짜배기' 부동산이 경매 시장에 쏟아지면서 싼값에 매물을 잡으려는 '대박 심리'가 사람들을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디지털태인의 이영진 팀장은 "IMF 외환 위기 당시 부동산 경매 물건을 취득해 크게 돈을 벌었던 학습효과로 인해 일반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홈플러스 문화센터가 수도권 지역에서 개설한 7개의 강좌를 비롯해 현대.롯데.신세계 백화점 등의 문화센터에서 마련한 부동산 재테크 강의에 주부들이 몰리고 있다. 부동산 경매 등을 가르치는 서울디지털대학의 '부동산컨설팅론'에는 이번 1학기에만 1000명에 가까운 학생이 수강 신청을 했고, 건국대.광운대.인하대.강남대 등에서 마련한 경매 관련 특강도 인기다. 조인스랜드 등 부동산 사이트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준비한 경매 강좌에도 수강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며 경매 배우기 이상 열풍에 우려하고 있다. 단국대 홍기용(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경매시장은 일반 부동산 거래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배운 지식으로 투자에 나섰다간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최근에는 경매 열풍을 타고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초보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손해용.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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