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이세돌 정말 너무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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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제6보(93~109)
● . 이영구 4단 ○.이세돌 9단

이세돌 9단의 바둑은 파격적이다. 예측불허인 그의 바둑은 프로기사들에게도 경탄의 대상이다. 이세돌보다 꼭 40년 먼저 태어난 서봉수 9단도 이판을 보면서 계속 놀라고 있다.

백△로 붙여 94, 96을 활용한 것은 사소하지만 반짝이는 재능이 느껴진다. 그 다음 98로 살아 둔 것은 필수적인 수. 손을 뺐다가는 흑이 98 자리에 빠져 잡으러 온다. 사는 수가 없다.

이세돌 9단이 계속 북 치고 장구 치는 바람에 이영구 4단은 상대적으로 조용해 보인다. 그 바람에 크게 당한 듯한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하나 그건 순전히 분위기일 따름이고 바둑은 잘 어울려 이제부터가 승부라고 한다.

99의 절단은 놓칠 수 없는 요소. 느린 듯하지만 이영구는 꾸준히 두터움을 견지해 나가고 있다. 99의 한 수로 중앙 백이 당장 움직이기는 어렵게 됐다.

세돌은 100으로 달려간다. 101, 103은 예정 코스. 그런데 그 다음 진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한 수가 등장했다. 104의 즉각 침공이 그것이다. 이 수를 보고 서봉수 9단이 "정말 너무하네. 다 죽게 생겼는데 거길 또 들어가나"하며 고개를 젓는다. 알아주는 실리파 서봉수의 눈에도 우변을 팽개치고 귀를 또 파고든 104는 상상을 절하는 수였던 모양이다.

백홍석 3단과 김지석 2단이 '참고도'를 그린다. 백1, 3으로 우변을 안정하는 차분하고 상식적인 코스다(흑 4는 A에 먼저 따낼 수도 있다).

107로 씌우자 백의 우변이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자, 이번엔 또 어떤 묘책으로 살아날 것인가.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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