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권맹 지켜 20년 밤일 과로 졸도 3 일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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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 『근로자를 위해 일하다 쓰러진 분이니 우리 근로자들이 보살펴 드리자』.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7가 신화병원 중 환자실에 입원중인 노동부 서울관악지방사무소 근로감독관 김재무씨(45)병실에는 평소 그로부터 혜택을 입은 근로자들이 줄을 이어 용돈을 덜어 치료비를 보태고 가족처럼 밤 새워 범상을 지켜주고 있다.
지난 27일 하오 퇴직금을 주지않은 기업주를 설득하다 겹친 과로로 사무실에서 졸도,3일째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사경을 헤매고있는 김 씨는 공무원 경력 2O년.이중 10년을 근로감독관으로 일해오면서「근로자의 어버이라는 별명을 얻은 모범공무원.
노사분규해결의 명수로 이름나 강원도 장생,광주,서울 남부지방사무소 등 전국의 노사분쟁의 격전지만 찾아 다닌 김 씨에게 그런 별명이 붙게 된 것은 남다른 희생정신 덕분이었다.
관할 지역 안의 사업체가문을 닫아 근로자들이 임금이나 퇴직금도 받지 못한 채 갈 곳이 없어 찾아와 하소연하면 김 씨는 밤을 새워가며 기업주를 설득, 근로자들의 권익을 찾아 주었고 때로는 부도를 내고 달아난 기업주를 대신해서 자신의 봉급을 털어 어려운 처지의 근로자들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
월20여만 원을 받는 김 씨는 10월에도 도산한 K상사 (서울 자양진1동) 종업원 김 모 (22) 권 모(23)양 등에게 밀린 임금18만6천31원을 자신의 봉급에서 지급해 그가 일하다 졸도한 책상 서랍 속에는 빈 월급 봉투만이 남아있었다.
김 씨집 (서울 구의동217의28)은 3백50만원짜리 전세방.부인 엄금상씨 (37) 는 이 같은 남편의 무능(?)때문에 중학생 2명,국민학생 2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7년 전부터 보따리옷 장수·보험회사 의무사원 등으로 생계를 떠 맡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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