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친숙한 벗으로 자리잡아"|좌담-시조 짓기 캠페인 6개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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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2월초부터 중앙일보에서 벌여온 「겨레 시 짓기 운동」이 7월말로 만 6개월이 되었다. 이 캠페인에는 연5천 여명의 독자가 시조작품을 보내왔으며 심사위원의 선을 거쳐 매회 5편 가량씩 1백20여편의 독자시조가 게재됐었다.
그동안 커다란 호응 속에 전개돼 온 시조 짓기 캠페인의 성과를 분석하고 앞으로의 보다 적극적인 시초운동의 방향 정립을 위해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정완영·박경용(이상 시조시인)씨와 독자시초에 투고하여 4회 게재된 김벽파씨(본명 김철진·희곡작가) 등 3명이 참석했다. <편집자 주>
박경용=6개월을 가지고 성과를 이야기하기에는 좀 빠른 감이 없지 않지만 「시조가 어떤 것이다」 「누구나 마음먹으면 쓸 수 있다」는 인식을 국면사이에 심어준 것은 적지 않은 성과로 이야기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완영=국민전래의 가락을 살리고 시조의 저변확대를 이룩해야 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일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했어야 할 일을 중앙일보가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어느 정도 정착했다는데 의의가 있읍니다.
김벽파=저도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시조를 써야겠다는 의욕을 느꼈읍니다.
이점은 다른 많은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정=호응도는 비교적 높았다고 보겠읍니다. 이제 그동안의 캠페인 내용을 살펴보고 보다 알찬 시조 운동을 위한 방안을 생각해보기로 하지요.
박=투고 작품을 심사하면서 느낀 것인데 작품들의 대개 소재가 어렵고 너무 문학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엿보였읍니다. 시조 짓기 캠페인을 시조시인 배출의 관문으로 잘못 생각하신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정=그런 점에서 시조 짓기는 먼저 생활시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소박한 감동을 시로 표현하는 자세를 권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출근길이라든지, 만원 버스·장바구니·봉급날·아기생일 등을 노래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으면서 시조 짓는 기쁨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박=시조 짓기 운동의 본 뜻도 시조애호가의 층을 넒히자는데 있읍니다. 생활이 메말라 가는 때인 만큼 민족의 가락을 담는 시조를 누구나 짓게 함으로써 국민 정서를 순화시키고 생활을 윤택하게 하자는 것이지요
정=투고작품을 심사하는 선자도 문학성보다는 생활 속의 느낌을 솔직하게 쓴 쪽을 뽑는 시각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김=거기다 하나 더 부탁 드린다면 선후평을 보다 쉽게 써 주었으면 합니다.
박=투고작품 중 생활 시조가 적어 선정에 애를 먹은 것은 그동안 심사를 맡은 사람들의 공통된 고민이었을 것입니다.
정=앞으로 한 달에 한번 꼴로 일정한 재목을 주어 작품을 받아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박=계절이나 꽃이나 그때그때 시의에 맞는 소재를 미리 주어보는 것도 좋겠지요.
김=정 선생님의 시조강좌를 지면을 통해 보고 많은 도움을 받았읍니다만 시조 짓기 강좌나 강연도 자주 있었으면 좋겠읍니다.
박=시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있으면서도 아직 시조의 기본 틀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 은만큼 강좌나 강연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읍니다.
정=시조운동을 국민 운동으로 펼쳐나가려면 여러 단체의 호응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주부들의 모임인 주부클럽을 들 수 있는데 이같은 단체를 통해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면 저변 확대가 빨라질 것입니다.
박=직장단위의 시조운동도 좋겠지요. 또 노인회 같은 곳에서도 시조 짓기 모임을 가질 수 있읍니다. 노인 대학에서 노래와 춤을 가르친다는 말을 들었는데 시조 짓기를 못할 이유가 없읍니다.
김=저도 직장에 근무하고 있읍니다만 시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알려주는 강연회를 몇 차례만 갖는다면 직장에서의 시조 동우회 같은 것도 가능하리라 생각되는군요..
정=저명인사들의 참여도 중요합니다.
박=지방강연·백일장 개최 등 여러 가지 방안이 이야기 될 수 있겠지요. 하여튼 심지에 불은 붙여졌으니까 적극적인 전개와 호응이 있으면 타오를 것입니다.
김=그동안 몇 차례 투고시조가 게재된 사람끼리 서로 연락을 갖고 모임을 만들어볼까 생각하고 있읍니다. 많은 지도를 바랍니다.
정=좋은 일입니다. 계속 정진한다면 시조시인도 나오게 될 수 있겠지요. 시조시인 발굴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도 이 운동을 통해 많은 시조시인이 나온다면 그 역시 부차적인 성과지요. 그렇게되면 「겨레 시 짓기 운동」은 문학사적으로도 의의를 갖게 됩니다.
박=시조 짓기 운동이 긴 생명을 갖고 국민적인 운동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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