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학교 지원 시스템 등 실제 정책입안에도 참여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90호 03면

로스 교수는 연구에만 전념한 게 아니라 직접 신장기증자를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린다우 회의에 참석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강연 스타일은 천차만별이었다. 수학과 통계를 중시해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연방 넘기는 수상자, 자신의 워딩 하나하나를 중요하게 생각해 원고를 또박또박 읽는 수상자, 헤지펀드 근무 경력을 살려 세일즈맨 같은 면모를 보인 수상자 등.

최고 이론가이면서 현장형 교수 앨빈 로스

이런 쟁쟁한 연사 중에서 박수와 웃음을 끊임없이 이끌어낸 수상자가 로스 교수다. 그만큼 소탈하게 현실의 사례를 들어가며 쉽고 재미있게 자신의 연구 내용을 설명했기 때문이다.

200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릭 매스킨 하버드대 교수는 로스 교수를 가리켜 “최고의 이론가이면서 현장형 교수”라고 치켜세웠다. 실제로 로스 교수는 신장 교차 이식 수술, 공립학교 지원 시스템 재설계를 비롯해 결혼 중매 모형도 만든 적이 있을 정도로 경제학의 이론과 현실을 메우는 데 노력해 왔다.

그는 컬럼비아대에서 공부하던 중 뉴욕 공립 고등학교 지원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매년 고교 지원자 10만 명 가운데 3만 명이 자신이 지원하지 않은 고교에 배정된 것이다. 로스 교수는 선호 순위를 적지 않고 학생이 원하는 학교 이름을 적어내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재설계했다. 그 결과 ‘매칭 확률’이 높아져 학생이 원하지 않는 학교에 갈 확률이 낮아졌다. 신장 교차 이식 분야에서는 신장을 교환할 수 있는 대상을 넓힘으로써 이식 가능성을 높였다.

2012년 로스 교수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것도 게임이론에서 시작한 이 같은 시장설계 연구 덕분이다. 로스 교수는 “시장은 생각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시장설계 연구와 매칭 이론을 통해 시장이 잘 작동하도록 만드는 게 나의 임무”라고 말했다. 로스 교수의 장남은 펜실베이니아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차남은 MIT 출신 경제학자다.

박성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