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동료에 심어준 「자활의지」|국민포장 받은 상이용사 김영태씨의 인간승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사회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준다면 자립할 수 있는 장애자들도 많습니다』 -.
월남전에서 두 다리를 잃은 29명의 전우와 함께 인쇄소를 만드오 꿋꿋이 자활하고 있는 원호처 재활원 신생인쇄조합장 김영태씨(40·서울 신대방동 신생아파트 2동203호)가 「장애자의 날」인 20일 국민포장을 받았다.
김씨의 인쇄조합은 지난해엔 3억8천만원의 매상을 올렸고 올해는 6억원을 목표로 잡을 만큼 장애자들의 재활에 본보기가 되고있다.
신생인쇄조합이 구성된 것은 74년9월. 김씨가 71년 월남전에서 두 다리를 잃고 원호병원에서 장기치료를 받으면서 같은 처지의 지체장애자들을 모아 조직한 「일념회」가 모체가 됐다. 74년 원호처에서 집 없는 원호대상자들을 위해 신대방동에 신생아파트단지를 완공 회생들과 함께 입주하면서 인쇄조합으로 발전했다.
휠체어를 타고 앉아서도 할 수 있다는데서 재활의 공동사업으로 인쇄소가 채택된 것이다.
회원들이 각기 3만∼4만원씩을 내 모은 14만원으로 활판기계 1대를 샀다. 아파트 단지 안 상가지하실을 무상임대 받아 인쇄소의 문을 열었다.
회원들은 생산과 영업 두 팀으로 나누어 총력을 쏟았다. 주문을 받기 위해 휠체어를 굴리며 하루종일 관공서와 기업체를 돌았다. 『구걸이라도 온 줄 알고 문전축객을 당하기가 일쑤였죠. 그러나 그럴수록 이를 악물고 뛰었습니다.』 물건은 밤을 새워서라도 곡 재 날자에 납품했다. 단 한자라도 오자나 착오가 없는 인쇄물을 만들기에 정성을 쏟았다. 이 같은 성실과 신용을 바탕으로 그해 연말까지 1백50만원의 매상을 올렸다. 남는 돈은 모두 적립했다. 이듬해엔 활판인쇄기 2대를 증설하고 5백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현재 신생인쇄조합의 시설은 오프세트인쇄기 4대, 활판인쇄기 5대, 대형절단기 1대, 운반용 차량 2대. 회원들 외에 회원가족·기술자 등 26명이 일하고 있다 .재활의 탄탄한 기반이 다져진 것이다.
그 동안 시설을 늘리기 위해 회윈들은 원호처에서 나오는 월 20만원 남짓의 원호보상금만으로 생활해왔다. 작년부터 처음으로 월3만원씩 인쇄 소수 이익금을 나눠 갖기 시작했다.
김씨는 『인쇄조합을 통해 전국의 장애자들에게 재활의 희망과 자신을 불어 넣어주고 싶다』 면서 「장애자의 해」만이 아닌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병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