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책세상] '중학교 3학년을 위한 우리말 우리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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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을 위한 우리말 우리글/전국국어교사모임 지음, 나라말, 1만3천원

지난해 성인들을 위한 추억상품으로 '다시 읽는 국어책'(지식공작소)도 단행본 형태로 선보였지만, 요즘 중학교의 국정 국어책은 전과는 조금 달라졌다.

큰 판형에 컬러인쇄가 돋보이고, 20세기 초중반의 근대 작가의 작품 위주에서 벗어나 우리 동시대 작가들의 글도 삽입돼 생동감도 없지 않다. 2001년 국정 교과서부터 시행된 제7차 교과 과정에 따른 조처다.

'중학교 3학년을 위한 우리 말 우리글'은 현행 국정교과서보다 한걸음 더 나간 대안 교과서로 눈여겨볼 가치가 높다.

이 책을 집필한 전국국어교사모임은 2년 전부터 차례로 펴낸 1학년과 2학년, 그리고 고교생용(1~3년 통합) 등 3권에 이어 중학교 3학년생을 위한 이번 책을 완간한 것이다.

전국국어교사모임은 1988년에 설립됐으며, 과목별로 활동하는 영어교사.지리교사 모임 등과 큰 줄기를 같이 한다. 전교조와는 상관없는 별도의 순수 연구 모임이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 '나라말'도 이들이 '교사들을 위한 출판물 창구'로 설립한 곳인데, 이미 선보였던 '우리말 우리글' 3권은 각기 2만~4만권씩 팔려나갔을 만큼 학교현장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활용 방식은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국어시간에 국정 교과서 대신 이 책을 읽는 경우 보다 학생들끼리 윤독을 하거나, 특기적성 시간을 위한 읽을거리로 채택되고 있다.

집필에 5년이 걸렸다는 이 책은 무엇보다 10대들의 마음에 접근하려 한 신개념 교과서다. 우선 문학작품 위주의 읽을거리를 담은 국어책이라는 통념과 달리 광고와 만화.영화.신문기사.대중가요.그림들을 넘나드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런 넘나듦 속에 글과 그림은 유기적으로 엮여 있다. 요소요소에 들어가 있는 이력서 쓰기, 보고서나 선언문 작성 등도 교실수업을 보다 다채롭게 끌고 가려는 배려일터인데,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릴 만하다.

모두 11개 장인데, 순서대로 공부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주요 장절은 '우리의 꿈을 찾아서 ' '애들아! 연극하자' '아름다운 성(性)을 위하여' '너 신문 보니?' 등이다.

지질.인쇄와 본문편집의 수준 역시 현재 단행본 수준의 맨 위칸에 속한다. 아무래도 좀더 자유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우려할 만한 정치적 편향은 없다.

문제는 있다. 밤늦도록 학원에 매어 시들어가는 그들에게 MBC의 프로그램 '!느낌표'대로 "얘들아 행복하니!"하고 물어야하겠기 때문이다. 10대들에게 이런 책을 볼 시간부터 줘야하지 않을까 싶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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