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동산 과표, 현실성 있게 고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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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취득.양도세 같은 부동산거래세는 낮추는 대신 재산세 과표를 대폭 현실화하기로 한 것은 옳은 선택이다. 과세형평과 부동산투기 억제라는 두 측면을 해결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아무리 공급을 늘려도 특정지역에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뛰게 돼 있는 데다 요즈음 같은 경기침체 하에서도 재건축시장의 열기는 여전한 것처럼 투기가능성이 항상 잠재해 있다. 부동산을 보유하는 부담이 크다면 어느 누구도 투기에 앞장서기는 어렵다.

형평과세 측면에서도 우리의 재산세제는 문제가 있었다.낮은 재산세 과표로 과표현실화율이 건물은 시세의 30%, 토지는 33%수준에 머물고 있다.

수억원짜리 아파트에서 내는 세금이 중형승용차의 세금에도 못미친다면 주택보유에 몰리는 기대를 꺾기 어렵다. 미국만 해도 부동산 세수 중 보유세 비중은 98%에 이르고 일본.영국도 이에 못지않다.

재산세 강화가 그러나 말처럼 쉬울 리는 없다. 조세형평과 투기억제란 목적이 좋아도 세금인상을 반길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권 때도 과표현실화율을 60% 이상 높이기로 5개년 계획을 세웠으나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과표현실화가 조세저항을 뚫고 실효를 거두려면 지역에 따라 불공평한 현행 과표체계 등 모순점부터 고쳐야 한다. 서울 강남 아파트의 경우 강북의 같은 평형에 비해 시세는 2~3배가 넘으나 재산세는 비슷하다. 재산세과표를 부동산 시가보다 건물의 건축 연수와 면적 등에 따라 정해 온 결과다.

소득은 별반 없는데 집 한채만 있는 가구에게는 보유세강화가 큰 고통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숙고해야 한다.

또한 재산세가 지방세의 하나여서 재산세의 가산세율조정이 지자체장 소관으로 돼 있는 제도도 문제다. 이로 인해 지난 연초에는 정부의 재산세과표인상 요청을 선거를 의식한 지자체장들이 집단 거부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었다.

과표현실화는 의욕적인 목표제시에 앞서 얼마나 현실성과 설득력있는 접근방안을 마련하느냐에 성패가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