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뱃놈' 박유천 … 욕망의 바다에 뛰어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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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박유천은 스크린 데뷔작 ‘해무’에서 순수한 막내 선원 동식을 맞춤하게 연기한다. 첫 영화 개봉을 앞두고 그는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설렌다”고 말했다. [사진=전소윤(STUDIO 706)]

배우 박유천(28)의 연기 이력이 도약대에 섰다. 그가 김윤석과 함께 주연한 ‘해무’(13일 개봉, 심성보 감독)는 1998년 IMF외환위기 직후, 폐선 위기에 처한 낡은 어선 전진호가 중국에서 오는 밀항자를 나르는 일에 나섰다가 생지옥을 겪는 이야기다. 박유천이 연기하는 동식은 유독 숫기없는 막내 선원이지만 갈수록 선장 강철주(김윤석)와 뚜렷이 대립되는 인물로 떠오른다. 강철주가 생존을 위해 어떤 결정이라도 단호하게 내리는 카리스마를 보여준다면, 동식은 조선족 밀항자 가운데 20대 여성인 홍매(한예리)를 지키려는 마음 하나로 그에 맞선다. 박유천은 이 스크린 데뷔작에서 순수함과 강직함에 귀여운 허세까지 지닌 인물로 동식을 그려낸다. 인상적이고 안정된 연기다. 아이돌 그룹 JYJ의 멤버이기도 한 그는 최근 3년만에 JYJ 정규 앨범 ‘저스트 어스’도 내놓았다.

 -이 영화를 택한 이유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이야기다.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하고 싶다’는 마음과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동시에 들어 괴로웠을 정도다. 그럼에도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 여수가 배경이라 사투리를 써야 했는데.

 “감독님이 너무 잘할 필요 없다고 부담을 덜어줬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영화의 원작은 실화가 바탕인 동명 연극 )인 만큼 캐릭터가 생생해야 한다고 봤다. 뱃사람들이 나오는 다큐도 보고, 전라도 출신 스태프를 붙잡고 사투리 연습도 했다.”

 -지난해 늦가을 촬영을 시작했다. 추위에 물에 빠지고 파도와 싸우는 연기가 힘들었겠다.

 “가장 어려웠던 건 ‘박유천’을 지워내고 ‘동식’을 오롯이 보여주는 일이었다. 극 중 동식이 홍매를 숨겨둔 기관실에서 촬영을 할 때면, 나도 모르게 허세를 부렸던 것 같다. 동식이 아무리 숫기가 없어도 ‘나는 뱃놈’이라는 자부심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 걸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다.”

 -뜻밖의 사건으로 선원 각자의 욕망이 드러나며 걷잡을 수 없는 비극이 벌어지는데.

 “동식만 아니라 다른 선원들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되고 안타까웠다. 그래서 차마 찍기 힘든 장면도 많았다. 심지어 촬영에 쓰인 배마저 처량하고 슬프게 느껴졌다. 홍매가 없었다면 동식은 그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거다. 그런 사랑을 하는 동식이 참 부럽기도 했다.”

-김윤석은 물론이고 문성근·김상호·유승목 등 쟁쟁한 연기파들과 함께 했는데.

 “행복한 현장이었다. 하나같이 따뜻한 선배들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 자연스러운 연기에 대한 내 갈증을 해소해준 영화다.”

 -차기작은.

 “ 액션·스릴러도 해보고 싶지만 무엇보다 순수한 시골 청년의 진짜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다.”

임주리 기자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김봉석 영화평론가): 극악한 인간의 조건을 바닥까지 파고드는 영화. 불편하고 덜컥거리지만, 잔향이 오래 남는다.

★★★☆(장성란 기자): 극 중반까지 사실적인 분위기를 세공하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다만, 결말의 파국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가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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