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서 철수 "전투 이기고 전쟁 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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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중심 지역에서 보병과 탱크 등 일부 병력을 철수하기 시작했다. 가자 남부 칸 유니스 동쪽 지역에서도 이스라엘군과 탱크가 동쪽 접경 지역으로 재배치되고 있다고 영국 언론이 2일 전했다.

 지난달 8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의 로켓 공격에 맞서 이스라엘군이 가자 공습에 나선 17일부터 확전일로였던 가자 사태에 변화 조짐이 있는 것이다. 이집트에서 예정됐던 팔레스타인과의 휴전 협상엔 불참키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하마스를 불신해서다. 2008~2009년 가자전쟁 당시 방식이다.

 이스라엘은 이번 작전을 통해 30여 개에 달하는 가자지구 땅굴을 파괴하는 등 하마스의 공격력을 꺾어놓았다고 자체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승리했는지에 대해선 외부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전투에선 이기고 전쟁에서 졌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세계인들의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국제여론조사기관인 글로브스캔 및 피파에 따르면 이스라엘에 대한 인식은 이란·파키스탄·북한 다음으로 나쁘다. 러시아보다 못하단 얘기다. 비교적 이스라엘에 우호적이었던 미국에서조차 30대 이하에선 절반 이상이 “이번 공격이 부당하다”고 본다는 게 갤럽 조사의 결과다. 이코노미스트는 “하마스가 아무리 잔인하다고 해도 어떤 민주주의 국가도 어린이들의 그토록 희생되는 군사작전을 용인하긴 어렵다”며 “이 같은 파괴로 인해 이스라엘과의 공존을 주장하는 중도적인 팔레스타인 노선 대신 하마스를 지지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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