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벌레」가 건강하다-미 여성 심리학자 「매클로비츠」박사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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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대 사회를 살아가자면 자의든 타의든 일의 홍수 속에 말려들기 마련이다.
일을 많이 하는 사회가 되다 보니까 그 중에는 일에 중독 되는 유형의 사람들도 생겨났는데 근래에는 이들을 「일 벌레증」(WORKAHOSIC=일+중독증의 새로운 합성어)인간이라고 부르며 이들에 대한 여러 가지 측면에서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일 벌레」는 남녀의 차이나 직종에 구분 없이 사회 조직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일 벌레」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를 해온 여성 심리학자 「매클로비츠」박사(27·「뉴욕」생명보험회사 인력자원 개발담당「매니저」)는 「일 벌레증」이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나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한 편이라고 「일 벌레」옹호론 을 펴고 있다. 「일 벌레」라고 하면 정력적이고 열성적으로 일을 해 냄으로써 일 자체를 즐기고 일에서 무한한 희열을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므로 단지 생활을 위해, 또는 어떤 대가 나 상사의 눈에 들기 위해 오랜 시간 일하는 사람들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일 벌레」가 아니다. 그들은 일자리를 유지하고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 벌레」들은 하루 16시간의 일을 하고도 6시간 정도의 일을 한 것 같은 느낌을 가지며 휴가 등의 여가시간이 생기면 오히려 불편을 느낀다.
이런 유형의 「일 벌레」에 대해 일반인들은 그들이 정신적·심리적 문제점을 갖고 있거나 동료들과의 갈등, 가정적인 불화가 잦다고 좋지 않게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 「매클로비츠」박사는 반론을 제기 한다. 「일 벌레」들이 정신적·심리적 문제를 많이 갖고 있다는 주장은 심리·정신학자들이 이러한 유형의 환자를 취급, 연구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 과장됐기 때문이며 아직까지 「일 벌레」의 많은 숫자가 같은 문제를 갖고있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일 벌레」들은 일을 사랑하고 많은 시간을 일에 몰두하며 거기서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에 오히려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게 「매클로비츠」박사의 의견이다.
신체적으로도 이들이 건강하다는 보고도 많은데 미국 심장협회와 보건성 및 몇몇 권위있는 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일 벌레」들은 보통 65∼70세까지 일선에서 일하고 있으며 장수자의 대부분이 일에 몰두했던 사람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 벌레」가 동료와 갈등을 빚는다는 주장은 이들이 다른 사람보다 2배 이상의 일을 하는데서 오는 동료들의 불편이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매클로비츠」박사는 분석하고 있다.
가족들과의 불화는 사실상 존재하는 것이나 배우자의 한쪽이 이것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려 들면 별 문제가 없으며 아이들에게는 회사에서 아빠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층이 「일 벌레」가 되어 직원들에게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일하라고 강요할 때는 「사람이 모두 똑 같을 수 없다」는 점, 후일도 중요하지만 가정생활도 중요하다」는 의견을 상사에게 분명히 밝히는 것이 좋다고 「매클로비츠」박사는 권하고 있다. <유·에스·뉴스·앤드·윌드·리포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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