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막에 가린 북괴사회 주요시설 모두 암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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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 주민들이 극히 제한된 정보속에 살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지만 북한사회의 폐쇄·비밀주의는 지극히 상식적이고도 보편적인 사실조차 모르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극단적인 예는 특히 중요시설이라든가 공장이름에서 드러나 마치 암호같은 이름만 가지고는 위치가 어느 곳에 있고 어떤 기능을 가진 시절인지 알 도리가 없다.
『8·24」의 확장공사가 예정을 앞당겨 진행되고 있다』, 『청천 강변에 11월18일 공장이 건설 중에 있다』는 루의 선전이 북한보도매체에 자주 등장하지만 북한사회에서는 관계자 이외에는 그 실체를 아는 사람이 드문 형편이다.
「8·24항」이란 나율항에 붙여진 이틈인데 일반으로서는 그 유래를 알기가 어렵다.
다만 어느해 8월24일에 소련의 지원으로 항만을 개축했으리라고 추측하기도 하지만 이것도 확실한게 아니다.
「11윌18일 공장」이라 할 경우 이 공장이 제재공장인지 방직공장인지 짐작하기도 힘들다.
이럴 경우 공장시설이 군수공장일 것이라고 추축하기 쉬우나 작년 10월에 김일성이 『「9월 방직공장」을 방문했다』는 보도로 보아 반드시 군수공장에만 비호가 붙는 것은 아닌 듯하다.
교자이외에 인명으로 비밀화하는 경우도 흔한데 특히 단위조직을 부를때는 거의 인명을 사용하고 있다.
공장의 경우 「신의주 선박공장」이 「리영환 동무가 일하는 공장, 신의주 낙원동 소재의「낙원기계공장」이 「김경명 동무가 일하는 공장」으로 불리고 군부대의 경우 평양근교의한 예비사단은 「원흥관 동무가 소속된 구분대」라는 식으로 정체를 숨긴다.
이밖에 학교·연구소·협동 농장 등 거의 모든 조직체에 인명을 붙이고 있는데 각 기관에서 국가 표창을 받은 인물이라든가「업적」을 올린 인물의 이름을 쓰는게 상례다.
이는 각 조직체의 실체를 숨기는 목적외에 주민들의 노동력을 최대한으로 이용하려는 영웅주의 고취라는 목적도 지닌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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