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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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뉴욕」경찰의 제일 큰 골칫거리는 외국의 외교관들이다.
「유엔」이 있는「뉴욕」안에는 수만 명의 외교관 및 그 가족들이 살고있다. 그리고 이들은 완전한 치외법권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실사 범죄와 관련되어 있다해도 영장을 발포하지 못한다. 수사를 위해 공관 안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공관 속에 숨어든 범죄인을 잡아내지도 못한다.
그들은 또 교통법규를 무시하고 아무 데나 주차시킨다. 면세로 모든 생활용품을 들여올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특권은 얼마든지 악용될 수도 있다. 그래도 속수무책이다.
따라서「뉴욕」의 경찰은 그저 외국의 외교관들의 양식과 도의심 또는 외교관다운 품격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후진국의 외교관일수록 외교관의 면책특권을 철저하게 악용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또 북괴의 외교관들이「오스트리아」와「네팔」에서 밀수꾼 노릇을 하다 적발되었다. 그들이「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등에서 똑같은 망신을 떨던 일이 아직도 세계인의 기억에는 생생한데도 말이다.
도시 외교관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란『국가의 위조를 대표한다」는 것과『직무를 능률적으로 수행한다』는 두 가지 분명한 이유 때문이다.
첫째 이유에는 외교관이 자기가 대표하는 국가의 위엄을 더럽히는 일을 할 까닭이 없다는 전제가 따른다.
그러나 도의와 공정의 정치에 낮선 나라의 외교관에게는 그것이 통하지 않는 양식일 수도 있다.
더우기 그들은『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비리 속에서 살아온 것이다. 밀수가 나쁜 게 아니라 거기서 얻은 부당한 이득을 어떻게 쓰느냐는 게 문제될 뿐이다.
물론 상황윤리라는 게 있다. 어떤 행위이든 상황과의 연관 아래서만 도덕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따라서 하나의 부정이 경우에 따라서는 부정이 아닐 수도 있다. 오늘의 악이 내일은 그렇지 않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도의나 윤이 중에 상황윤리를 뛰어넘는 것들이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악일 수밖에 없는 악들이 있다.
그러기에 밀수를 한 북괴의 외교관들은 누구의 눈에나 파렴치한 범죄자로 보이는 것이다. 그걸 북괴에서는 모르는 모양이다.
도시 보편타당 적인 가치로서의 도덕적 규범이나 도리를 저버린 속에서 그들은 살고 있는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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