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상 단속 실 동심에 악영향 미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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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따스한 봄철이 되자 도회지 골목길에 어린이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병아리 행상인이 가끔 눈에 띱니다. 병아리를 사가는 고객 중에는 어린이들이 대부분입니다.
병아리를 보고 신기한 듯 좋아하며 한 두마리씩 사서 가방이나 호주머니에 넣고 가는 모습은 언뜻 보아 흐뭇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어미 닭의 보호 속에서도 좀처럼 온전히 자라기 힘든 병아리가 하물며 도회지의 어린이들의 손길로 얼마나 생명을 부지할 수 있겠습니까. 여기에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집에 갖다 놓고 그렇게 귀여워하던 병아리가 며칠이 못돼 죽어 버릴 때 어린이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또 어린 생명체의 잇따른 죽음으로 동심이 찢기고 멍들다 보면 혹시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지고, 나아가 잔인성까지 싹트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언젠가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 「아파트」 위에서 병아리를 떨어뜨려 누구의 것이 오래 살아 있는가를 내기하는 어린이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이처럼 짓궂은 장난을 하는 어린이는 극히 드물 줄 압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아파트」나 「콘크리트」 마당 위의 병아리는 어린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5월은 청소년의 달. 그림책에서 보고 읽은 대로 뽀얗고 노란 귀여운 병아리를 어미 닭이 품에 안고 보살펴 주는 동심의 「이미지」를 마구 짓밟아 버리게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하찮은 풀 한 포기일망정 생명체를 사랑하고 아끼며 가꾸는 동심의 성장과 정서 형성을 위해 우리 어른들은 모두 작은 부분에까지 신경을 써야 하겠습니다.
신양호 <서울 노량진 2동 294의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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