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北核 진척' 언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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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13일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진척'과 '다자간 협상이 열매를 맺을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섬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발언을 계기로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개발 추진 사실이 알려진 이후 시작됐던 미국과 북한, 북한과 주변국들 사이의 긴장과 대결 구도가 변화를 맞을 조짐이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실마리는 북한이 먼저 제공했다. 북한 당국은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대화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했던 미.북 직접 대화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처음에는 "정확한 의도를 분석하고 있다"면서 조심스럽고 유보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통해 미국 역시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와 관련, 미 행정부에서는 '바그다드 효과'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보는 시각이 작지 않다. 국제사회의 온갖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라크전을 강행해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축출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위기감을 느꼈고, 결국 대화의 장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이른바 '힘에 기초한 부시 외교의 승리'다.

하지만 미국 역시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은 애초부터 불가능했으며 결국은 외교적인 해결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 헤리티지 재단의 발비나 황 연구원은 "부시 대통령에 의해 똑같이 '악의 축'으로 지목됐지만 이라크와 북한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라크와는 달리 한반도 주변국들은 북한의 급속한 붕괴를 한사코 반대하며 ▶전쟁이 터지면 중국의 세번째, 미국의 일곱번째 교역국인 한국의 피해가 너무 크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조엘 위트 전략.국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라크 문제를 처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에 대비하려면 최소한 6개월의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내년 대선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행정부는 현상유지가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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