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환과 오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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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엊그제 최대통령은 검찰간부들에 대한 훈시 속에서 나라에는 위·사·방·묘의 『사충』이 있다고 말했다.
다름 아닌 후한말의 순열의 <신감>속의 한 대목이다.
우연히도 똑같은 대목은 지난 1월9일자 본난에서 분수대자가 인용한바 있다.
요새는 생각이 누구나 같은 때 멎어지는 모양이다. 사람은 병들었을 때에야 몸을 생각하게된다.
유향이 나라를 동사시키는 오한을 조심해야한다고 관리 정치가들을 타이른 것도 주나라가 매우 어지러워진 때였다.
유향의 『오한』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정외』, 정치가 초점을 잃고 빗나가는 것을 말한다.
둘째로 기밀이 밖으로 새어버린다. 가령 환율인상안이 미리 새어 특정인들만 재미보게 되는 것을 말한다.
세째, 여려. 강청이나 「이멜다」의 경우처럼 암탉이 너무 극성을 피는 것을 말한다. 물론 여권이 무시되던 옛날에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네째는 향사에게 예를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장관들이 권위를 잃어 백성들이 깔보는 경우를 말한다.
다섯번째가 내정을 제대로 할 능력이 없으니까 이것을 얼버무리기 위해 밖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북괴가 갑작스레 남북대화를 제창하고 응하는 체 하는 것도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진리에는 옛것 새것이 따로 없다. 동서의 차이도 없는가 보다.
일찌기 서구의 몰락을 말했던「로젠베르크」는 <20세기의 신화>에서 다음과 같이 언제 민주주의가 위기에 접어드는 지를 풀이하고 있다.
『…백화점이 요란하고 퇴폐적인 사치품으로 여성들을 유혹할 때, 젊은이가 여자처럼 화장하고 나다닐 때, 「진보여성」이 결혼제도를 비난할 때, 또는「포르노」가 가정에까지 침입할 때…』
한편 순자도 『난세의 징』을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그 복은 조, 그 용은 부, 그 속은 음, 그 지는 이, 그 성락은 험…」
사람들이 요란스레 옷을 입고 남성들의 외모가 여성화되고 풍속이 음란해지고 사람들이 이기에 빠지고 광기에 찬 음악이 유행할 때가 바로 난세라는 것이다. 「로젠베르크」가 순자의 책을 읽었을 리는 없다. 그래도 양자의 말이 이처럼 똑같을 수 있다니 신통스럽기만 하다.
병은 서서히 몸을 결딴내 놓는다. 몸에 탈이 났다고 느낄 때에는 이미 때가 늦은 경우가 많다.
나라의 병도 마찬가지다. 나라가 크게 병들었다고 누구나 느낄 때에는 이미 나라는 기울어진 다음이기가 쉽다.
사환과 오한. 그 중의 어느 병에 우리나라가 걸려있는 지 더 늦기전에 알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도 같다. 하기야 알기만 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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