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내느냐"로 막판까지 진통|신민 17인위·의총…이런 일 저런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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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의원 66명의 총사퇴를 결의한 13일 의원총회에 앞서 국회안의 총재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영삼 총재는 『지난 4일 불법날치기로 제명한 요식행위에는 불복하지만 의원들은 계속 국회에 남아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라고 한 심경에는 변함이 없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제명 후 집으로 찾아오거나 만나자고 하여 접촉한 사람들은 양심과 국민요구에 따라 사직서를 내겠다고 했으며 그중 일부는 사퇴서를 나에게 내겠다고 하기에 나에게 사퇴서를 내는 것은 오히려 거북하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김 총재는 사퇴서 제출후의 투쟁방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런 얘기는 지금은 일체 하지 말자』고 피했다.
이 문제에 관해 황낙주 총무는 『여당의 엄청난 폭거앞에 총사퇴한다는 뜻이 제1단계 전투에서는 절대적인 중요성을 갖는 것이며 그 후의 제2전투장에 나서는데 있어서의 전술은 미리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의총회의실 맨 뒷줄 구석에 나와 앉은 정운갑 총재직무대행은 『야당의 사퇴결의는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그러나 사퇴는 야당존립을 위해 마음속에서부터 나온 절규이므로 이것은 「쇼」로 그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퇴서가 반려된다해서 다시 주저앉는다는 것은 국민을 속이고 우롱하는 죄악이며 두번 세번 죄를 짓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영수 의원 등 불참>
상오 9시에 예정됐던 회의가 9시 30분에 개회되기까지 유치송 한영수 의원 등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는데 한영수 의원의 비서관은 『한 의원이 사퇴서를 이철승 전 대표에게 제출하고 의총에는 불참한다』고 설명했고 유 의원은 황병우 의원이 대신 제출.
한 의원은 사퇴결의 자체의 진실성에 회의를 느껴 의총에 불참하되 당론에는 따르기로 했다는 것.
한편 황낙주 원내총무가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하겠다며 의원이 아닌 사람은 나가달라고 요청하자 회의장에 들어가 있던 당원들과 비주류 쪽 관계자들이 『감출게 있느냐』『다 아는 결정이니 공개로 하자』고 고함을 질러 약 20분간 소란했으나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사퇴 후 문제로 논란>
다음은 의원총회에서의 발언요지.
▲박해충=17인위에서 의견이 사퇴 쪽으로 통합이 됐으니 의총에서도 1백% 따라야 한다. 다만 사퇴후에 당의 혼란이 올 것으로 우려된다. 총재가 제명되고 의원도 사퇴서를 내는 마당이니 당직자는 전부 사퇴해야한다.
김 총재는 당직자사퇴 후 당을 수습할 수 있는 수습위를 구성해야 한다.
▲황낙주=사퇴문제를 결론짓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자.
▲고재청=협의회가 총사퇴를 결정했으니 즉각 행동에 들어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사퇴서를 내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되겠다. 사퇴의 숭고한 정신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가 예상된다면 10대 국회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결의를 하자.
▲오세응=사퇴 후의 문제로 왈가왈부하다가는 모처럼의 단합된 결의가 흐트러지니 잔꾀를 부리지 말고 대도를 걷는가보다 하는 국민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지 말자.
▲조세형=사퇴서를 낸 뒤의 심각한 사태에 대해 논의를 해야한다.
우선 사퇴결의를 하고 총무가 사퇴서를 사무처에 낸뒤 다시 와서 보고하고 계속 의총을 열어 당수습과 사퇴처리 결과여하에 따른 후속조치를 논의하자.
(황 총무가 조 의원의 동의에 이의가 없느냐고 묻자 『이의 없소』라는 대답이 나와 『그럼 이의가 없으니 만장일치로 가결한 것을 선포한다』고 총사퇴 결의를 선포. 이 때가 상오 10시 9분)

<연기명엔 저의 없나>
의원총회에서 황낙주 총무가 연기명 사퇴서를 준비한데 대해 비주류 측은 반발, 서명을 거부하고 미리 써온 개별 사퇴서를 냈다.
황 총무는 『12일 협의회에서 당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사퇴결의를 하자는 것이었으므로 사퇴는 개개인의 사정에 의한 것이 아니고 당적인 사유에서 한 것이므로 일괄 연서가 마땅하다』고 말하고 『연서가 국회법상 모순되지 않는다』며 사퇴이유를 담은 전문을 공개.
비주류의 채문식 의원은 『국회의원이 등록할 때 개별적으로 했으므로 사퇴서를 낼 때도 개개인이 내는 것이 당연하다』, 정해영 의원은 『연기명으로 하는 것은 무엇에 이용하려는 저의가 있는 게 아니냐』고 연기명 사퇴서 작성에 반대했고 신도환 의원도 『각자가 써내자고 결정해서 우리계파 의원들의 것은 미리 써 갖고 왔다』고 제시했다.

<"흘려버릴 물은 빨리">
여당은 신민당의원들의 총사퇴결정에 마땅찮은 반응이지만 제출방법에 있어 김영삼 총재에게 하지 않고 국회사무처를 통해 백두진 의장에게 내게된 것을 「불행중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한 고위간부는 13일 『이미 여당은 17인 협의위가 첫 날 회의를 끝냈을 때 대세의 흐름을 파악했다』며 사퇴결의를 막기보다는 김 총재에게 제출하는 문제에 더욱 신경을 써왔다고 실토.
이 당직자는 『홀려버릴 물은 빨리 흘려 보내는 것이 사태수습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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