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의 「에너지」절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건전한 소비생활은 남이 강요해서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 각자가 분수에 맞게 살아야한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실천에 옮길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요즘 국민들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건전한 소비생활 운동이 점차 널리 퍼지고 ,조그마하나마 열매를 맺고있는 듯이 보이는 것은 그런 뜻에서 반가운 일이다.
주부들이 공동구매를 한다든지, 헌 물건 바꿔 쓰기를 하여 알뜰한 살림을 하려고 한다든지 하는 움직임이나 기업체들이 경비절감운동을 벌이고있는 것 둥은 모두 합리적인 소비활동추구의 결과로 보고싶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관민합동 여름철 소비절약대책위」가 몇 가지 실천사항을 내놓은 것은 그 대부분이 가정에서 물론 불편 없이 해 낼 수 있는 일이니 만큼,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실행할 생각을 해야겠다.
조금 덥더라도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아 냉방기기 가동으로 인한 전기소비를 아끼고, 여름철에 거추장스러운 정장대신 간소한 복장을 하자는 데에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하물며 건전한 휴가를 보내 자거나 수돗물을 아껴 쓰자고 하는 취지에 대해서도 누가 반대할 것인가.
알다시피 소비건전화 운동이 올 들어 특히 강조되는 것은 산유국들의 잇단 원유가 인상으로 제2의「오일·쇼크」가 일어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석유가 한 방울도 안 나는 우리나라 국민으로서는 원유가격의 인상이 그대로 국내물가에 반영되어 경제를 교란하게 될 것이므로 그 충격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길은 결국 국민들 자신을 위하는 일인 것이며 또 그것은 건전한 소비생활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가 도입할 원유양은 1억6천6백53만「배럴」, 당초 금액으로는 21억7천3백70만「달러」 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었다.
그러나 원유가가 계속 오르는 바람에 추가부담만도 10억「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말하자면 5천억원이상의 예기치 않았던 지출이 우리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충격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조금이라도 씀씀이를 줄이고 낭비만은 절대로 않도록 주머니 끈을 단단히 죄어야한다.
때때로 휴일의 자가용 향락이나 유원지에서의 추태가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차분한 생각을 하는 국민이라면 일부 층의 잘못된 이런 행동에 굳이 신경과민이 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사회가 건전한 풍토로 충만 되어 있으면 정상궤도를 벗어난 행위는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제하게 될 것이 아닌가. 그보다도 우리가 먼저 반성해야 할 것은 73년 가을 처음으로 「오일쇼크」가 국내경제를 뒤흔들었을 때, 그처럼 강조되던 소비건전화「캠페인」이 그 후 어느 사이 엔 가 흐지부지되고 마침내는 자취도 없어져 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러다가 또 다시 위기가 오니까 해묵은 절약운동을 끄집어내곤 하는 행동양식이 과연 옳은 것인가 이 기회에 깊이 되돌아 보아야겠다. 검소한 생활은 어느 한 시점에만 강구되는 것이 아니다.
근검·절약·분수에 맞는 삶이란 시공을 초월한 미덕임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