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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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에서는 계약금이 같은 경우 같은 나이의 여성의 생명보험요금이 남성보다 싸다.
곧 25세의 여성의 보험료는 22세의 남성과 같다.이유는 간단하다.여성의 사망률이 그만큼 남성보다 낮은 것이다.주에 따라서는 요금차를 5년까지 두고 있는 곳도 있다.
그렇다면 여자의 목숨값도 남자보다 비쌀만도 하다.실제로는 그렇지가않은데도….
최근에 미국의 보건기관에서 산출해낸 남자의 목숨값은27만4천4백96「달러」.여자의 목숨값은 이보자 자그마치 8만6천「달러」나 적다.
도시「우먼·리브」운동이 미국에서 대단한 것도 차별대우가 심하기 때문이다.
임금도 싸다.남성을 1백으로 잡으면 미국의 여성은 70이하밖에 못받는다.세계에서 제일 여성이 우대받고 있는「프랑스」도 88%이다.
사람의 목숨값은 보통「호프만」방식에 따라 산출해낸다.그것은 사람이 평균 몇 살까지 사는가를 계산하고 그때까지 얼마나 수입을 올릴 수 있느냐를 셈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임금이 싼 여성의 목숨값이 4천3백만원이나 남성보다 쌀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자의 목숨값이라고해서 여자보다 특히 더비싸지는 않다.보험요금에도 별 차별이 없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지급된 목숨값은 최고가 1천만원정도밖에 안된다.일본의 경우, 「미나마따」병에 의한 사망자의 보상금은 30∼35세 남자의 경우 약1천2백만원. 미국사람 목숨값의 10분의1도 안되는 셈이다.
최근에 노동청에서 발표한 바에 의하면 한국의 노동자의 평균급료는 1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호프만」방식을 따른다면 30세의 남자의 목숨값은 30년을 더 일한다치면 3천6백만원이 된다.
따라서 그가 죽어도 1천여만원밖에 못받는다면 살아도 억울하고 죽으면 더욱 억울하게 된다.죽으려야 죽을 수도 없는 목숨인 것이다.
모든 가격이 현실화 되면서도 목숨값만은 그대로 인게 딱하기도하다.
그러나 죽느니만도 못할때도 많다.가령 한팔만 잃어도 당장에 발붙일 직장이 없게 된다.
그런때에 그가 받는 손해보험금은 형편없이 적다.죽지 못해 살게 되는 것이다.
하기야 요새 신문 사회면을보면 사람구실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소녀를 인신매매하는사람, 폐수를 마구 상수도원에 버리는사람….
이런 사람들의 목숨값이 귀여운 외아들의 목숨값과 같을수는 없다.
그러나 세상은 여러 가지로 고르지가 못하다.
목숨값이 비싸다고 반드시 그 사람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이렇게 1억4천만원이 넘는 미국인의 목숨값을 넘겨보며 자위하는수 밖에 없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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