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개선편과 대입출제범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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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학기부터 크게 개편된 교과서내용을 내년도 대학입시와 예비고사출제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 아직까지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간단히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어제 본지 보도에 따르면 고교3년생과 재수생등 대학입시준비생들은 출제지침이 확정되지 않은데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미 내년도 입시에 개편된 교과서에서 출제할 방침을 세움에 따라 진학준비에 큰 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고교에서는 개편된 내용을 「프린트」물로 만들어 수업을 하고 있고, 혹은 바뀌어진 교과서나 참고서를 새로 사도록하여 경제적 부담까지 무겁게 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1권으로 3학년까지 배우는 교과서가 10여개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하루라도 빨리 지침이 결정되어야할 것이다.
게다가 재수이상의 수험준비생들은 재학생과는 달리 3학년교과서 내용마저 달라졌는데다 교과서 구입 자체가 개별적으로는 용이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어서 더욱 애로가 클 것이다. 올해 전국대학의 재수생합격율이 전체 합격자의 30%내지 49%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아래서는 더욱 그렇다.
이러한 사태는 지금까지 문교당국이 보여온 교육제도 전반에 걸친 조령모개식 행정의 한 실례라고 보아넘기기엔 현실적인 고통이 너무 크다.
내년도 입시를 눈앞에 둔 오늘의 시점에선 특히 내년도 대입응시자나 그 학부모 및 일선 고교교사들의 비난을 살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당국은 연초이래 입시제도의 전면적 개혁문제를 비롯, 장기교육 계획의 수립, 대통령연두순시준비, 그리고 잇따른 과외열풍에 대한 논란등 분망의 와중에서 헤매다 보니 이러한 문제에는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고 변명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눈앞에 입시를 둔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안타까운일이 어디 있겠는가.
이같은 문제는 교과서를 둘러싼 부정사건으로 개편이 확정된 2년전이나 개편내용이 결정된 작년이나, 또는 새 교과서가 선을 보인 지난 학년초까지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해결될 수 있는 것이었다.
또한 결정에 있어 크게 시비가 일어날 소지도 없는 것이어서 당국의 무성의를 더욱 안타깝게 생각게 된다.
흔히 우리는 입시제도나 출제과목, 출제범위등 입시요강이 빨라야 9개월, 늦을 때는 6개월 정도의 여유만을 갖고 결정되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에 웬만한 문제는 간단하게 보아 넘기기가 쉽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교육문제에 관한한 극도의 신중한 사전연구를 거치게 하는 것이 통례고 일단 결정되면 이를 적어도 수십년씩은 지켜나가는 것이 불문율처럼 돼 있다.
교과서는 5년 또는 10년주기로 내용을 수정 또는 보완하는 것이 당연할 일이지만, 이에따라 파생되는 모든 문제도 개편과정에서 미리 예상하고 이에 대비할 방법까지 제시해주는 것이다.
이번 경우, 내년도 입시에서 개편내용을 포함하거나 안하거나 수험생들을 다같이 곤혹시킬 것은 틀림 없다.
단지 제외할 경우에는 일부 개편 내용을 가르치고 있는 고교의 학생들에겐 일종의 도노가 되는데 그치지만 포함할 경우에는 대다수의 재학생과 재수생, 그리고 학부모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 차이가 있다.
교과서중심의 교육과 출제를 강조해온 당국으로서는 개편된 내용은 제외한다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하여간 이 기회에 당국이 모든 문제를 충분한 검토와 함께 때를 놓치지 않고 결정함으로써 관계자들이 여유를 갖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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